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마음도 저물까
우리는 여름이 되지 않았다
나뭇잎이 성장하는 속도는 예측할 수 없었지만 책장 아래로 굴러 들어간 구슬을 잊어버리는 속도는 예측할 수 있었다
우리 손끝이 너무 단단해지면……
나는 잠든 네 이마에 손을 짚고 네 악몽을 예측하고 있었다
아가미 없이 바닷속을 헤매거나 쉴 새 없이 뺨을 맞거나 유리로 만들어진 집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어떤 예측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잠든 네 손에서 우산을 쥐여 주었다. 비가 올 수도 있으니까.
허약한 예측.
어쩌면 난,
네가 깨지 않기를 빌었는지도 몰라, 네가 깨어나서 내 예측과는 다른 꿈을 이야기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르지 혹은 푸르게 질린 얼굴로 일어나는 그 순간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났고 깨어날 자는 깨어났다
“먼저 어른이 되는 사람이 더 빨리 잊히는 꿈을 꿨어. 그 세계에선 우리를 아무도 모르더라고. 너는 나를 기억하지? 나는 너에게 아직 어린 사람이지?”
수십 번 묻고 네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응. 아니. 응. 아니.
조약돌을 고르는 것처럼 대답을 고르는 연습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떤 예측은 확신이 되어 갔다
광범위하게 슬픔이 도래했고
나는 그것을 끊임없이 복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