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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운 Nov 03. 2022

번식하는 숲

최초로 도토리를 심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축축한 흙의 통공을 믿으며, 아무도 밀고하지 않고도 태어난 아기들의 가능성을 믿으며, 도토리 위로 흙과 뼈와 자갈과 살을 부었을 것이다.     


고개를 치켜든 첫 싹을 보면서 웃었을 것이다. 울었을 것이다. 뭐든간에 태어난다는 건 지독한 일이었으니까, 또 한 켠의 외로움이 시작된다는 일이었으니까, 축하할 만한 괴로움이었다.     


영그는 초록을 보면서 그는 괴로워했을 것이다. 자신의 의도와 미끄러지는 숲의 번영. 숲은 사슴을 품고 자랐다. 숲의 바깥에서는 그가 기대한 가능성 있는 아기들이 픽픽 쓰러져 죽었다.     


경계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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