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운 Nov 03. 2022

프리저 브레이크Freezer Brake

      

어디서 왔어?

네가 포장지 없는 나의 살갗을 바라보며 물었으므로 

나는 공원에서 왔다고 답했다  

    

너와 마주한

아일랜드 식탁     


나의 곁으로 먼지가 빛처럼 내려앉기도 하고 

거대한 손이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끌어안기도 했다     


사이좋게 둘러앉아서      


사실은 난

돌아갈 곳이 있다고 말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말은 

모두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식탁에선 어울리는 주제가 아니었다

내가 뭐라고     

 

내가 볼품없이 망가지고 나면 

그러니까 이 식사가 끝나고 나면      


모두가 둘러앉아 우리의 원인을 고백했으면 좋겠다 나는 너의 빠진 속눈썹으로부터 너는 나의 빛나는 어깨로부터, 그리고 나면 내가 등을 돌리겠지

너는 내 등 옆에서 이전에는 나의 일부였던 눈과 빛덩이를 움켜쥐고서     

 

나는 네가 나의 바깥이 되는 일이,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도 믿었다     


너에게 물을 부으면 

반듯하고 가지런한 사랑이 나온다     


우리 모두 이 만들어진 사랑에 박수를 치자    


나는 네 단단한 침묵을 견딜 것이다 내가 녹는 방식으로                                         




                                                                                                    

*김지우, 「프리저 브레이크Freezer Break」, 웹진 연극인 197호 수록(2021. 03. 25) 

이전 07화 정적하는 숲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