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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May 02. 2018

커피 좋아하세요?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후기


전 안 좋아합니다.


커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안 마시는 것도 아닌데 좋아해서 찾지는 않는다. JOH 조수용 대표도 매거진B에서 인텔리젠시아를 다뤘지만 정작 본인은 딱히 커피를 가려마시지는 않는 편이라고.  


커피는 안 마셔도 카페는 엄청 간다. 공부하러 가거나, 친구랑 수다 떨러 가거나,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내겐 커피는 종종 '자리 값'정도로 치부되곤 했다. 아메리카노가 어떤지, 콜드브루가 어떤지, 어디서 난 콩이 어떤 맛을 내는지 솔직히 "알 게 뭐야."하는 입장이었다.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 플레이스... 당장 떠오르는 프랜차이즈 커피 가게들만 해도, 커피 외 다른 것들에 열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요즘 핫하다는 블루보틀은 이에 대항해 커피 하나만 제대로 파는 카페다. 커피를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혹시 좀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를 읽어보았다. 



커피 산업의 제 3물결


세계적인 음식 평론가 조너선 골드는 커피 산업에 제 3물결이 불어닥쳤다고 말했다. 제 1물결은 인스턴트 커피의 시대를 뜻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마시고, 오후에 졸릴 때 마시고, 시험 전 날에 마시는, 각성을 활용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커피. 기다란 봉투 끝부분을 툭 찢어서 간편하게 물에 타 먹는 믹스커피가 유행할 때는 아직 카페(커피 전문점)라는 개념이 들어서기 전이었다. 

제 2물결은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의 시대를 뜻한다. 이 시대의 선도자는 단연 스타벅스. 할리스, 카페베네, 투썸 플레이스 등 낯익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모두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한 커피를 판매한다. 2물결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맛의 평준화'이다. 우리는 어딜 가나 비슷한 맛의 커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메리카노가 가장 흔하고 인기 있는 음료가 된 데에는 이런 예측 가능성 역시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제 3물결은 핸드 드립, 사이폰, 프렌치 브레스 등(나는 이 방식들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이다)의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 원두 본연의 맛을 살린 커피의 시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맛의 평준화 덕을 봤던 2물결은 맛의 획일화 때문에 3물결을 불러일으켰다. 


제 3물결의 시대에는, 공간이나 디저트 등 부수적인 것들이 아닌 커피 그 자체가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커피가 주인공, 스페셜티


스페셜티 커피. 가끔 카페에서 드문드문 본 적은 있는 것 같다. 뭔가 특별한 건가 했지만 나는 커피 맛 구별도 못 하는데 먹어서 뭐하나, 하고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스페셜티 커피란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정한 스페셜티 기준에 따라 평가되어 100점 중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뜻한다고 한다. 특수하고 이상적인 기후에서 재배되는 원두를 사용하며, 그 맛이 특이할 뿐더러 계절마다 재배되는 종류가 달라서 늘 맛이 바뀐다고 한다. 제철 과일 느낌...?


스타벅스는 여러 원두를 섞어서 강하게 로스팅하는 방식으로, 균일한 맛을 내고 유통기한이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두 본연의 맛을 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로스팅하기 전의 커피 열매는 각각의 산지, 품종, 로스팅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살아 있는 과일이라고 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잠 깨려고 먹던 커피를 친구 만날 때나 심심할 때, 기분 전환할 때 등 자주 마시게 되니 효과는 물론 맛도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페셜티 선두주자, 블루보틀


그러한 스페셜티 커피의 3대 브랜드가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그리고 블루보틀이다. 책에서는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가치 및 실현 방법들이 여러가지 소개되어있는데 그 중에 인상 깊었던 것들 몇 가지 꼽자면,


1. (원산지가 아닌)추출 도구와 취향에 기반한 원두 추천

2. 품질 관리를 이유로 원두 납품 중지

3. 허리 아래 높이의 커피 바


1. 추출 도구와 취향에 기반한 원두 추천

블루보틀은 구글 벤처스의 기획 프로세스 스프린트의 초기 테스터였다. 그들은 온라인 사이트를 디자인하던 중, 커피 분류 기준을 결정하는 문제에 부딪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거의 모든 사이트가 원산지에 따라 커피를 분류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회의에 참석한 한 커피 마니아 직원이 원산지 분류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는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분류라는 것이다.

사용자 중심 제품 분류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츠타야 서점. 츠타야는 기존 서점처럼 도서를 경영, 인문, 예술, 잡지 등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책을 그 내용에 따라 분류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어울리는 도서 외 제품을 함께 판매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해리포터 책과 OST앨범, 굿즈 등을 같이 진열해놓는 식이다. 


블루보틀 역시 이러한 사용자 중심 제품 분류를 따라 원두를 원산지가 아닌 추출 도구와 취향에 기반해 추천한다. 사이트는 이러한 분류에 따라 매장에서 고객과 바리스타가 나누는 대화를 기록한 글이 채워지는 것으로 디자인되었다. 사이트를 론칭한 후 블루보틀의 온라인 판매는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큐레이션도 추천해주는 사람의 시선으로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추천받는 사람이 가장 용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방식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실제로 지갑을 열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2. 품질 관리를 이유로 원두 납품 중지

스페셜티 커피 사업을 하는 곳은 종종 브랜딩을 잘 해서 신뢰도를 바탕으로 타 카페나 레스토랑에 원두를 납품하는 B2B서비스를 한다. 해외에서는 인텔리젠시아, 국내에서는 테라로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테라로사의 경우 전체 매출의 40%가 원두 납품 매출이라고 한다. 


블루보틀도 처음에는 B2B사업을 하다가, 지금은 다른 매장에 납품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품질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원두가 좋으면 추출 도구나 방식이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더라도 소비자들이 그걸 알아챌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수익이 나는 사업이었을텐데. 그런 점에서 블루보틀은 매우 까다롭고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것 같다. 

비슷한 사례로 기억나는 브랜드는 이솝. 이솝은 스킨/헤어/바디제품 등을 만드는 코스메틱 브랜드인데,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그래서 최근에는 제품을 둘 수 있는 거치대를 판매하기도 했다는데, 이 거치대는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거치대를 사려면 해당 거치대를 설치할 곳을 사진을 찍어서 컨펌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다고.(ㅋㅋㅋㅋ) 이솝은 팔리는 제품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이 놓이는 자리, 그러니까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겪는 모든 경험을 고려하여 디자인한다. 물론 그 디자인에 어긋나면 수익을 거절할 배짱도 있고. 


블루보틀도 비슷한 것 같다. 제품을 만들 때 소비자가 구매하면 끝! 이 아니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재구매를 결정하기까지의 모든 여정을 책임지고자 한다. 이제 '너네가 돈 주고 샀으니 그 뒤에는 너희 책임이지!'하는 눈 가리고 아웅식 제품이나 서비스는 살아남기 힘들게 되지 않을까.


3. 허리 아래 높이의 커피 바 

2에서 말했듯이 블루보틀은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저자는 그들의 디자인이 탁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도 하는데, 블루보틀의 모든 매장은 커피 바를 허리 높이 아래로 낮춰 바리스타, 고객, 커피라는 세 가지 요소가 주인공이 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블루보틀의 커피 바


홍대에 있는 '수카라'라는 음식점은 산울림 소극장 1층에 위치해있다. 수카라 역시 조리대가 허리 밑 높이로 위치해 있어 손님들이 조리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바에 앉아 자신의 메뉴가 나오는 것을 눈으로 보며 기다릴 수도 있다. 수카라 대표는 그들의 요리가 마치 연극 같기를 바란다고 했다. 영화처럼 스크린에서 멀찍이 떨어져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연극처럼 관객과 배우들이 바짝 붙어 서로 소통하는. 


블루보틀의 커피 바 또한 수카라와 비슷한 것 같다. 이런 철학 아래 공간 전체를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을 한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아직 매장이 없어 직접 방문해보지는 못했지만, 올해 안에 들어선다는 소문이 있으니 생기자마자 가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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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은 스프린트의 초기 테스터였다. 스프린트는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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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AST 인텔리젠시아 편(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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