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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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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Mar 17. 2022

삼,십대 ep.3

서른선례 그리고 서어른


좀 더 건강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서른선례


내게는 나보다 늘 한 살 먼저 어른이 되어주는 애인이 있다.

애인의 서른은 굉장히 도전적이었다.

한순간에 모든 걸 내려놓고 고성으로 한 달 살기를 하러 갔으니.


사실 멋있어 보였다.

나는 여전히 그런 파격적인 선택은 할 수 없을뿐더러,

나에 대한 확신도 그 만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시간이 갈수록 걱정도 됐었다.

하지만 그 걱정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만큼,

그는 많은 것을 바꿨고 또 많은 것을 이뤘다.

만약 그가 불행하다고 여긴 현실에 멈춰있었다면 어땠을까?


애인의 한 달은, 내게 건강한 자극을 준 너무도 좋은 선례였다.

하지만 나에게 더 큰 영향을 준 건 아주 작은 한 순간이었다.



서어른


최근 들어 주변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만의 세상을 꾸려내기 시작했다.

그날은 애인의 오랜 친구가 직장을 그만두고 오픈한 와인바를 찾았다.


그곳의 이름이었다. 서어른.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는 뜻을 가진.


서른이 되었다는 조바심 때문이었을까.

"이 사람의 서른은 뭔가를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곤 곧바로 "모두가 서른이라고 어른이 되었던 건 아니구나.

나처럼 서른이 아닌 서어른인 상태의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안도가 따라붙었다.


그 어떤 동질감에서 오는 위로 때문이었을까?


서어른이라는 세 글자가,

정신없이 뒤엉켜있던 내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해줬다.


마치, '어른스럽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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