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의 마지막 밤 그리고 서른이 되던 날
나는 올해로 서른이 되었다. 막둥이로 태어나 언제나 어린 게 익숙했던 내가 서른이 되었다.
스물아홉의 마지막 밤
꽤나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헤집어놓았다.
꼭 뭐라도 일어날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던 1999년 12월 31일처럼.
하루 뒤면 어른이 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던 열아홉의 마지막 밤처럼.
서른이 되면 무언가 꼭 이뤄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여느 누구와 같이, 나도 내 삶이 정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의 시간을 갖게 됐다.
'나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는가?', '나는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는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영원할 친구가 있는가?'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는 나에게 만족하는가? 나는 원하는 것을 이뤘는가?'
글쎄..
스물아홉의 나는 남들이 정해놓은 인생 코스에 따라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기도 버거운 사람이었다.
성공의 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모르는
불분명한 어른은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릴 적 문득 그려왔던,
나의 서른이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는 것만이 확실했다.
서른이 되던 날
조금은 늦게 잠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용기 내 눈을 떴을 때, 세상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고요했다.
그날은 예상보다 괜찮았다.
겨울 내내 휘몰아치던 걱정의 폭풍우가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제야 주변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거울 속 나는 스물아홉의 나보다 한 뼘 더 자라 있었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