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의 문장 그리고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
최근에 눈에 들어왔던 문장 하나
삼,십대의 문장
글이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읽느냐에 따라 참 다르게 해석된다.
어떨 땐 그저 스쳐 지나갔을 문장 하나가,
어쩔 땐 눈에 깊이 들어와 발목을,
아니 마음을 잡는다.
아주 우연히 어떤 사람의 프로필 글을 보았다.
"정년퇴직 후 차린 치킨가게가 망해,
살고 있는 단칸방의 월세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간절히 소망하고 바래서 삼십대로 돌아온 것처럼 살자"
그 문장 하나로 일면식도 전혀 없던 그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울림을 느꼈다.
나는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하고 있었는가.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
이십대의 나는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 세상이란 곳에 발을 딛었고,
태어난 김에 까짓 거 한번 살아보자라는 마음.
굳이 신념이라면,
살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커브길에서 부딪혀 다치지 않고
커브를 따라 유연하게 빠져나오는 것.
그렇게 흘러가듯 살아가자는 정도.
나는 그런 사람이다.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애초에 꿈조차 꾸지 않는.
꿈과 욕망에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사는 사람.
줄곧 나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꽤 똑부러지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적어도 나는 상처로부터 내 몸 하나는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계속 이런 태도로 임하는 게 맞는 걸까?
기왕 태어난 김에 욕심도 부려보고,
안 되는 일이지만 꿈도 꿔보며,
몸이 부서질 듯 치열하게 살아봐야
내 삼십대가 아깝지 않을 것 같은데..
나이가 느는 게 더 이상 설레는 일이 아니라
아까운 일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내 마음에도 바람이 드나 보다.
앞으로 삼십 년 정도,
또 나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게 될까?
그것이 무엇이든
좋은 선택보단 나다운 선택을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