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취미로 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땡스thnx Oct 05. 2022

작가님께 그림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취미가 업이 되어가는 이야기

원하던 바늘을 찾았어!
샘플이 비행기 타고 오는 중~


한 번 시작한 일에는 발이 달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바늘에는 무지 빠른 발이 달렸나봐요. 마음먹고 찾고 샘플을 받아보는데까지 순식간이었습니다.


두 가지 종류의 샘플을 받아보았습니다. 재질도 두 가지 색상도 두 가지 버전으로요. 그 중에 제 맘에 쏙드는 세트가 있었지만 제 눈에만 예뻐선 안되겠죠. 매일 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질문을 해댔습니다.


회사에서였다면 소비자 조사를 했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지요.

일단 만나는 사람마다 나의 잠재적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바늘 결정! 12개의 색색 코바늘 세트를 선택했죠.

가볍고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도 좋고 뜨개 테스트를 해 본 결과도 생각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오! 이렇게 쉽게쉽게 되는가보다~ 라고 생각할 즈음, 제조사에서 말하기를.


"이 제품은 별도의 케이스가 없어요. 나머지는 알아서 하셔야 해요"


뜨악.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거죠? 빠르게 달려오던 코바늘세트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공장에서 온대로 봉투에 넣어 판매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건 새롭게 조합한 제품이 되어야만 하겠군. 빠르게 방향을 틀었습니다. 완제품을 소싱해서 판매하는 거이 아닌, 세상에 없던 코바늘 세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때부터 고민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코바늘 세트의 기준은 "좋은 가격" "좋은 품질" "이것 하나면 충분한" 이었으니 좋은 가격의 기능을 갖춘 케이스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또 뒤져보기 시작했죠. 부자재 찾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이 일은 딱! 입니다. :-)


심플한 케이스였으면 좋겠어. 이왕이면 가벼워서 어디든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투명필통이었어요. 몇 가지 샘플을 구매해 가지고 다녀본 후 2가지를 추렸습니다. 그 다음은 선택을 해야 하는데...... 어떤게 좋을까?


그래, 땡스thnx의 SNS친구들에게 한 번 물어볼까?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은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소통의 창구는 인스타그램이었어요. 몇 주 전부터 조금씩 게시물을 올리고 있었고 그 창구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 곳에서 만난 분들이라면 좋은 답을 해주실 것 같았습니다. 소비자 조사 할 예산은 없지만 나에겐 sns채널이 있다!!


투표 결과 위쪽 수납이 있는 케이스가 59%로 승!

이걸로 케이스가 결정되었습니다. 이제 이 안에 12가지 색색깔 코바늘이 종류별로 들어갈거예요.


이대로는 너무 아쉬워
땡스thnx만의 색깔이 있는 스티커로 꾸미고 싶다!


다꾸하는 마음으로 코바늘케이스도 꾸미면 좋을 것 같은데. 세상에 많은 스티커가 있지만 땡스thnx만의 캐릭터로 스티커를 제작하고 싶어졌어요. 욕심은 끝도 한도 없습니다.


회사 업무로 일러스트 작가님께 의뢰해본 경험은 있지만 선뜻 떠오르는 분이 없었어요. 어떤 그림이 좋을까?

어떤 구도가 좋을까? 테마는 뭘로 잡을까?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날.


커피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블루노트커피'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반려견 동반도 된다고 하고 포근한 분위기 인 것 같아서 1940년대생 아버지와 블루노트커피에 갔죠.


달달하고 부드러운 크림커피를 홀짝이며 카페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잔잔한 일러스트가 보기만해도 좋더라구요. 마치 뜨개할 때처럼 포근~~~한 느낌.


이 그림 좋네


요즘 그림 배우기에 열중인 아버지도 한 마디 하십니다. 이 그림 좋네. 색깔봐라.


역시 피는 못속여. 아빠 나랑 통했어! 마음에 쏙 들어버렸습니다. 이 일러스트가.

그리고 카페에서 판매중인 엽서를 몇 장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붙여놓고 한없이 바라보았죠. 아 좋다... 이 그림 내가 찾던 그 그림인거 같은데. 그래 연락해보자!


저는 거절에 익숙합니다. 스타트업에 있을 때 저돌적으로 메일을 보내는데 도가 텄어요 ㅎㅎ 100번의 메일을 보내서 99번의 거절 메일이나 씹힘(!)을 당하더라도 상처받지 않으면 1번의 성공!!이 기다리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들의 거절에 나는 상처받지 않아야 하고 상처받을 이유도 없습니다.라고 되뇌입니다)


엽서 한켠에 적힌 작가님의 이름을 검색해봅니다. 오! 찾았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께 그림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종이비행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꾸욱.


<다음편에 계속>


지금까지의 이야기, 역주행하기

1) 뭐라고? 회사 그만두고 뜨개'질'을 한다고?

2) 어쩌다 보니 사장님이 되었네

3) 너 A4용지 돈 주고 사본 적 있어?


내가 뜨는 라이프스타일, 땡스 thnx

직업인들의 뜨는 취미생활

오늘 쌓인 스트레스, 지금 뜨면서 풀어요

땡스 thnx는 과정을 즐기는 뜨개를 지향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 A4용지 돈 주고 사본 적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