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아내와 형과 함께 식당에 들렀다. 각자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형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형이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새벽 3시에 사람을 못 자게 깨우면 어떻게 해?"
점심시간이라 붐비며 시끌벅적한 식당 안이었지만 내게는 잠시 정적이 흐르는 듯 멍해졌다.
"왜요? 누가 또 못 자게 하던가요?" 내가 물었다.
"조상택이 김문식이가 계속 욕을 하잖아!"
형의 이 말에 우리 테이블은 견고한 요새처럼 주변과 격리되어 정적이 흘렸다.
형은 그들이 자신을 왜 괴롭히는지 알 수 없다며 나쁜 놈들이라고 흥분했다.
그들이 왜 잠을 못 자게 하느냐고 물으니 자신도 알 수 없다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형에게 요즘 어떤 부분이 가장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가 되는지 물었다. 형은 그런 것이 없다고 한다. 내가 바라보는 형은 분명 어떤 걱정거리가 존재한다. 형은 이미 내게도 말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식사를 시작했다. 형은 급하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으라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형은 알았다며 다시 급하게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마디 더 했다가는 형이 어떻게 감정을 드러낼지 예측하기 힘들다. 형이 마음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식사를 끝낸 형이 급하게 말을 꺼냈다. '핵산'이 'DNA'냐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게 왜 궁금하냐고 물었다. 형은 검찰에서 DNA를 채취하러 오라는 우편물이 왔다고 했다. 그 우편물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형은 집에 있다고 했다.
형의 불안증세가 심해지는 근심 걱정과 스트레스의 원인은 검찰에서 온 우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형의 불안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형은 혼자 스스로 검찰에 가지도 못할 것이다. DNA검사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도 두려울 것이고 행여나 도청액 주사를 자신에게 주입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이 앞선다. 혼자 사는 자신이 혼자 검찰에 간다면 자신을 무시하고 홀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미 불안증세가 시작되고 있었다.
형은 벌써부터 DNA채취를 해도 된다 안된다 하며 혼자 여러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DNA채취는 면봉으로 입안을 쓱 한번 흝으면 된다고 설명해 줬으나 형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형의 불안증세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지속될 예정이다.
형과 함께 검찰에 가겠다고 형을 달랬다. 날짜를 잡자고 했더니 조금씩 안정되어 가기 시작했다.
형은 자신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조상택 김문식이가 도청액 주사를 놓고 갔다고 했다. 어디다 놓았냐고 물어보니 목 뒷덜미에 놓았다고 한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주사 놓은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고 했다. 내가 형의 목덜미를 살펴보니 아무 자국도 없었다. 형은 있다고 한다. 형은 그 자국이 안 보이냐며 내게 되묻는다.
ps
조상택 김문식이란 인물은 형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