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과 배려의 교차로: 불기소와 유예 제도의 비밀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사기나 횡령 같은 대부분의 범죄 혐의는 경찰이 1차적으로 수사를 맡게 되었다. 경찰이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려 종결한다. 다만, 고소인·고발인·피해자가 이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면 ‘이의신청’을 통해 사건을 검찰로 보내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를 ‘법정 송치’라고 부르는데, 검찰은 이 기록을 다시 검토해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이렇게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 검사가 최종적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로 ‘불기소’다. 불기소 처분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대표적이다.
불기소: 공소권을 가진 검사가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공소 제기가 불가능해져 사건을 종결하는 것.
공소: 검사가 법원에 특정 형사 사건의 재판을 청구하는 것 또는 그런 일.
1. 혐의 없음
수사 결과 증거가 부족해 범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진범이 따로 나타나는 등 범죄 사실이 부정되는 경우다.
2. 기소유예
범죄가 성립하긴 하지만 피해 규모가 작거나 합의가 이뤄졌고,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다. 흔히 “용서해주는” 결정처럼 여겨지는데, 이는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를 참작해 검사가 재량으로 기소를 하지 않는 것이다.
3. 죄가 안 됨
형사미성년자처럼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상이거나,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같은 범죄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실제 기소가 이루어진 뒤 법원에서 판결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선고유예’와 ‘집행유예’도 있다.
1. 선고유예: 이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때, 법원이 범인의 반성 정도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형의 선고 자체를 일정 기간(보통 2년) 유예해 주는 제도다. 유죄가 인정되기는 하지만, 유예 기간 동안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애초에 선고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유예 기간 중에는 유죄가 인정된 상태라 수사기관 조회 등에는 기록이 남을 수 있으나, 2년을 문제없이 넘기면 최종적으로 전과가 되지 않는다.
2. 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하면서도, 초범 여부·피해자와의 합의·피해 변제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미루는 것이다. 가령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처럼 판결이 나면, 유예 기간 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을 시 실형은 집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불기소 처분’이나 ‘유예 제도’가 왜 필요한 걸까?
우리는 법이 단지 처벌 수위를 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재범을 방지해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를 안정시키는 수단임을 종종 잊곤 한다. 심리학적으로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닐 때가 있다. 가해자가 충분히 반성하고 피해 회복에도 적극적이라면, 바로 법정에 세워 징벌하는 대신 유예 제도나 기소유예로 기회를 주는 편이 개인·사회 모두에게 이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는 억울함이 해소되어야 하고, 불기소 처분에 대해 계속 이의를 제기할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나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존재하는 것도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다.
다만, 이런 제도가 악용되어 분쟁이 길어지거나,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검찰은 90일간 불송치 결정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문제가 있다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역시 ‘합리적 고려’라는 조건이 붙는다. 가령 사소한 다툼이나 우발적 실수로 생긴 범죄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지만, 중대한 범죄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기소 처분이나 유예 제도는 처벌과 관용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재범을 막고, 때로는 가해자에게 회생할 기회를 주면서도, 그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과정에서 수사와 재판 시스템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나 그 복잡함 덕분에 인권 보장이 조금이라도 더 충실해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처벌이 필요할 때와 아닌 때를 어떻게 가를까?”는 법과 심리의 중요한 화두다. 법은 사실, 우리 사회가 심리적·도덕적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불기소 처분이나 유예 판결을 곱씹어보면, 엄정한 처벌만큼이나 균형 잡힌 판단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려는 ‘심리적·사회적’ 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