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연장의 꿈은 노래방에서
"교수님 안녕하세요." 항상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 입장.
"잘 지내셨죠? 위내시경 어느 병원에서 했어요?"
"동네병원에서 찍어왔어요."
"그 병원 촬영 잘하네. 깨끗하게 잘 찍어왔네요."
영상기록과 CT 기록 차트를 보며 결과를 기다린다. 긴장... 초조...
"깨끗하네요. 이상 없어요."
휴.... 다행이다. 마음속에 자리했던 깊은 불안을 한숨과 같이 입 밖으로 내보냈다. 벌써 11년째 만나고 있는 교수님이다. 진료실 들어가자마자 항상 저렇게 뜸을 들이신다.
"피검사 결과도 좋고 다 좋아요."
"아이고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운동 열심히 해서 그런가 봐요."
"무슨 운동해요?"
눈이 두꺼비처럼 커다란 교수님께서 큰 눈을 더 크게 뜨시며 물어보신다. 참 귀염상이시다.
"필라테스 1:1이요. 해보셨어요?"
"내가 운동할 시간이 없지."
"하셔야죠. 1:1로 하세요. 저처럼 좋아질 수 있어요."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이 빙그레 웃으신다. 4기 암환자가 검사결과 좋아서 까부니 어이가 없으시겠지. 진료실 안에서 예약 담당하는 간호사님도 어이가 없는지 같이 웃으신다.
"우리 이제 5개월 후에 봅시다. 텀을 좀 늘려도 되겠어."
와!!! 3개월마다 ct 찍느라 방사능에 녹는 줄 알았는데 이것 또한 좋다.
보통 4기 암환자들은 추적관찰 할 경우 3개월 정도 텀을 두고 검사를 진행하는데 상황이 괜찮아 보이면 텀을 늘린다. 좋은 신호이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앱으로 나의 검사이력을 볼 수 있다. 피검사 결과 지난번에 비해 콜레스테롤 수치도 좋아졌고 공복혈당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호중구 수치는 여전히 기준 미달이라 지독한 항암의 후유증을 피검사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3개월 전부터 빠지지 않고 꾸준히 근력운동을 했더니 체력만 올라온 것이 아니라 피검사 결과로도 수치가 좋아져 있었다. 근육 1kg이 노년에 2000만 원만큼의 값어치라더니 그 말이 맞다. 1:1 레슨이 비싸서 연장을 망설였는데 집안의 금붙이를 팔아서라도 운동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검사 주기가 다가오면 신경 쓰여서 예민보스가 되는데 이제 한동안은 편안하게 일반인처럼 살 수 있게 되었다. 일종의 가석방이랄까? 나에게는 주기별로 생명이 보너스로 생기니 이것 또한 큰 기쁨이다. 마치 노래방에서 마지막 곡 부를 때 인심 좋은 주인이 20분 추가, 10분 추가, 15분 추가... 계속 보너스 타임을 넣어주는 것 같다. 탬버린 흔들고 에코 넣고 신나게 계속 더 놀아야겠다. 얏호! Let's play!!!
제철과일 싱싱이 수박으로 방금 만든 땡모반 한잔으로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함께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