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록

사랑할 때 우리는 조금씩 거짓말을 한다

by 마음코인




신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서로 다르다. 가령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은 물질 세상에서 눈으로 볼 수 없고, 부름에 아무 응답도 해주지 않는 신을 사랑한다. 마치 신이 자신을 지켜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식사할 때마다 감사 기도를 드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잘못한 일을 고백하며 뉘우치기도 한다. 일반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신이 자신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사랑한다. 그들의 사랑에는 확실히 주관적이면서도 맹목적인 믿음이 중요하다.


반면에 인간에 대한 사랑은 감각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가령 연인 사이에서는 눈과 귀로 확인해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성대한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고, 커플링을 맞춰서 끼고 다니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연인의 얼굴로 굳이 바꾸는 행위에는 확실히 사랑을 증명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그런 노력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둘 중 한 명은 불안해질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는 계속 문자를 하고 남들이 다 자는 시간에 전화를 걸어서 상대방의 시간을 뺏는 행위라도 해야 불안이 사라질 것이다. 확실히 신에 대한 사랑과 다르게 인간의 사랑에는 물증과 증명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흔하진 않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에도 신에 대한 사랑처럼 증거 대신 맹목적인 믿음이 중요한 경우가 있다. 기독교의 모태신앙처럼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상대방을 사랑했다고 하진 않지만, 대신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라는 '천생연분'이라는 말은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비과학적인 '운명'이라는 말로 서로의 관계를 정의하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물론 모든 연인들이 그런 식으로 사고하고 믿으면서 상대방을 사랑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식의 믿음은 알게 모르게 연인 사이에서 꽤나 중요하다. 사실 우리들은 사랑할 때 모두 조금씩은 허황된 말을 한다. 어느 누구도 고백할 때 연인의 뇌 속에 도파민이 사라지는 기간을 염두에 두고, 길면 이 년이나 삼 년 동안 사랑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통계적인 지표나 증명 여부에 상관없이 그 순간에는 대부분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언제나' '늘'이라고 말하면서 믿음을 주려고 한다. 그리고 상대방은 어떤 값비싼 선물을 받을 때보다 그런 말 한마디에 쉽게 고백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연인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원한다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주겠다는 식의 비현실적인 말도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신을 사랑하는 경우뿐만이 아니라 인간끼리 사랑할 때에도 현실 감각을 뛰어넘는 '믿음'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렇게 따져보면 꼭 종교와 닮은 구석이 있는 듯하다.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구원은 간단히 말해서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현실 세계에서 신의 존재를 직접 감각할 수 없지만 언제나 무한한 힘을 가진 신의 존재를 믿고, 사랑함으로써 일상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어떤 연인들은 자신들의 값진 사랑이 꼭 시공간의 차원을 뛰어넘는 특별한 힘을 가진 것으로 믿고, 거기에 매혹된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증명될 수는 없지만, 단지 그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느끼는 것 못지않은 특별한 기분이나 감정을 얻는다. 그리고 그 순간에 물질세계의 고통은 잠시 중요성을 잃게 된다. 결국 사랑을 통해서 은연중에 고통을 잊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경험은 어쩌면 낭만적이면서도 맹목적인 사랑이 줄 수 있는 구원의 한 가지 형태일지도 모른다.





(커버사진 : by 에바 알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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