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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서 Oct 16. 2024

사랑에 묻고 사랑이 답하다 - 열둘

네가 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지? / 그냥 어쩔 수 없으니깐 

평범하게 권면하는 의견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이에게는 강요로 참아야 하는 요구로 

느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이었다. 

변명이겠지만 정말 몰랐다. 

사회관계 향상을 위해서 또래 아이들이 다니는 방과 후 활동에 다니면 좋을까 했는데

사랑이도 알겠다고 해서 선택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이는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없어서 그냥 고른 거라고 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다

사랑: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실망할 테니깐.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고 하니깐. 

         선택해 봤자. 결국은 원하는 대로 계속 말하니깐.

존중하면서 대한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결국은 "이것이 사랑이에게 좋으니깐"하는

마음으로 결국 그 선택지로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도대체 난 어떻게 자란 거지. 비록 훌륭한 어른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쩌면 부모님에게 나도 이렇게 어려운 시기가 있었겠지..

고집스럽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는 행동들의 선택을 많이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엄마가 가끔 "너 같은 자식을 낳아봐야 엄마 심정을 안다"라고 했었는데

이게 지금 이 순간이구나 하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참.. 힘드셨겠다.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조금 이해할 것 같다. 

사랑이도 이 시간을 견디어내고 피어나는 시간을 맞이하겠지.

그것을 우리는 바라보고 응원하고 할 수 있을 만큼 도와주되 결국 그 순간을 피어나게 하는 것은

사랑이 본인일 것이다. 

사랑이가 정원을 돌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불안해 보였지만

사랑이에게는 그것이 스스로 발견한 사춘기를 보내는 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지켜봐야 했다. 

그동안 여러 기관의 도움도 받았지만 결국은 사랑이가 극복하는 방법 이외는 없을 것 같다. 

환자가 괴로워하면서 통증약을 찾을 때도 병원에서는 적절량을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부모라고 해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응원을 하지만 

결국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야 한다. 

사랑: 어떻게 해야할지 나도 모르지만 그냥 이렇게 버티는거야. 그리고 어차피 해야하는거라면 해야지.

그래, 어떤 것이 맞는 혹은 옳은 결정인지 선택인지 누가 알 수 있겠어.

꼭 정답만 맞춘다고 그 인생이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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