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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Jan 24. 2023

어우러지는 것은 밥 만이 아니다.

허리가 아파온다.

같은 자세로 3시간 째,

전이 뒤집히는 것인지 내가 뒤집히는 것인지 모르는 3시간이다.



올해는 시댁이 아닌 친정으로 향했다.

친정이 바다를 건너야 하는 탓에, 하루하루의 스케쥴은 힘들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맘먹고 친정으로 향했다. 1+3으로, 남편은 시댁을 지켜라라는 특명을 내어주고 넘어왔다.

하지만 안다. 시댁보다 친정이 음식의 양이 어마무시하고, 늘 혼자하는 엄마에게 미안함 마음이 훨씬 더 가중되어 나의 상태는 내 스스로 외면하고 이 거대한 일에 덤벼들 것이라는 것을.



그래도 이곳은 내가 나고자란 곳이고, 수없이 많이 본 음식들이니, 알아서 척척 모드가 발동한다. 전을 부치는 것도 제법 실력이 늘었다. 그 하나 뒤집는 것도 타이밍에 따라 색깔이 다른 법인데 삼남매를 키우며 음식을 해온 탓에 이정도는 눈대중과, 이때다.. 하는 촉이 생긴달까? 기름을 둘러야 하는 시점, 그리고 뒤집는 타이밍 또 하나 적절한 뒷담화 들로 음식하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세팅한다.



하나씩 뒤집고 건지다보면 어느새 소쿠리에 한가득 전이 담긴다. 소쿠리 1개, 2개, 3개 점점 늘어가면서 나의 허리통증과 맞바꾸지만, 오고가는 넋두리 속에 우리에겐 탄탄한 래포가 생겨난다. 이 곳 저 곳의 뉴스들과 함께 어우러진 명절 음식들은, 이 곳의 이야기를 함께 전해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자.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로, 함께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며 웃고 어울리다보면, 어느새 시계는 헤어질 시간을 가리킨다. 다음 일정들이 있으신 친척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보내드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난 뒤 남는 것은 음식들과 산더미의 설거지가 기다린다. 그 산을 헤치우고 나서는, 하나씩 곱게 곱게 색색의 나물들과 한데 어우러지도록 마법의 빨간 양념과 고소함을 한 스푼 더 하면  힘들었던 시간도, 웃으며 지냈던 시간도 한 그릇에 버무려 크게 한 입 떠본다.



한 입을 딱! 입에 넣는 순간, 지나온 일들은 하나하나 기억하며 마음에 담고, 그 힘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날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그렇게 새해의 복을 바라며.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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