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고민은 수용성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

by 유영

어느 집단에서나 통용되는 말과 관습들이 있듯, 수영인들 사이에서도 큰 공감을 얻는 말들이 있다.


불안과 고민은 수용성


듣자마자 바로 마음속에 스며들어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

수용성 앞, 불안과 고민 자리에는 많은 것들을 바꿔 넣을 수 있다.


걱정은 수용성

잡념은 수용성

우울은 수용성


꼭 수영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어떤 고민은 커피에 녹을 수도, 어떠한 불안은 술에 녹을 수도 있다.

가볍게는 물 한 컵 들이키는 것으로 녹아 없어지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품고 있는 모든 불안과 고민들이 단단하게 존재하여 어떻게든 지울 수 없기보다

막상 넣어보면 스르르 녹아서 사라지는 것들이 의외로 많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표면이라는 얇은 경계를 사이에 두고

물속과 바깥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된다.


귀가 잠기는 순간,

모든 소음은 차단되고 정말 고요하게

나와 물이 움직이는 소리만 남는다.


늘 함께이지만 알지 못했던

숨소리


그 숨소리와

내 팔로 젓는 물이 스쳐가는 소리,

심장소리 같은 물속에서 차이는 물의 소리.

그것들에 집중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이윽고

나와 물만이 존재한다.


내 품 안에 있던, 나를 괴롭히던 부정적인 조각들은

정말로 물에 녹아 사라져 버린다.

샤워실에서부터

걱정, 피로, 불안, 고민, 잡념 모두 먼지가 되어 쓸려간다.


나는 물을, 그 고요함을, 그것이 주는 편안함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몸이 피곤할 때도, 마음이 지칠 때도

나를 안아주는, 나를 품어주는

나만의 섬, 나만의 사랑스러운 세상.




사실 이 평온의 섬은

누구에게나 각자 있고, 어디에나 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주변에 매일 달리는 사람이 있다.

달리는 시간만이 오롯이 본인의 시간이라고 했다.

잡념이 너무 괴롭혀서 견딜 수 없던 날,

그 말이 생각나 무작정 나와서 달렸다.

숨이 가빠질수록, 점점 나는 호흡과 터질 것 같은 심장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나를 짓누르던 고민은 흐르는 땀과 함께 배출되어 식어 사라짐을 경험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음과 박자, 손가락에 집중하고 있으면 내 몸의 신경세포가 모두 음악에만 곤두서있는 느낌이고,

내 안의 눌려있던 감정들이 해소된다.


책을 읽을 때도, 산책을 할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

'몰두와 집중'을 통하면 평온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걱정과 불안을 끌어안은

그 두 팔을 벌려 보내주자.

기지개를 한 번 켜고, 물이라도 한 컵 마셔보자.

몸을 움직여보자.


물에 닿으면

흘러내리,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



*다음화부터는 물은 수(水)니까, 수요일로 연재일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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