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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퍼 Mar 14. 2024

닮지 말고,  닮아.

팔자 그 따위 뒤집어.

역시 나의 예리한 직감대로 '거대 섬유선종'


불과 5-6년 전 제가 진단받았던 같은 이름을 똑같이 둘째 아이,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여 커다란 교복이 아직 생경스러운 딸에게 쥐어주고 말았습니다.

지역 유방전문외과로 오픈런을 하면서부터,

아니 어젯밤 아이의 불편한 가슴을 인지하고부터

마음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나의 신체적 작은 문제까지 닮아가는 아이를 보면서 말 두려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친정엄마는 두어 번의 이혼을 경험하면서 귀에서 씻어내고 싶던 말이 있더랬답니다.

"딸내미는 애미 팔자 닮아간다."


진리였을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네요.

저는 엄마와는 다른 싱글맘이 되었으니까요.


친정엄마의 유방 문제 저에게도 그대로 전해졌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 복제되어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기분 나쁜 기시감


부디 나의 인생을 닮아가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토네이도처럼 뒤엉켰습니다.



엄마가 롤모델이라고 저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주는 아이에게 사실은 나를 닮으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은 쓰린 마음을 아이는 모르겠지요.


2주 후 아이는 무서웠겠지만 당당하리만큼 씩씩하게 받아들이고 제거수술까지 잘 마쳤습니다.


섬유선종의 크기가 거대하고 단단해서 맘모톰 시술을  중단하고 흉터가 더 크게 남을 절개수술로 바꿔야 하는 위기?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침착하게 버텨준 둘째 아이에게 매우 많이 꽤 미안했습니다.


아직 다 크지도 못한 아이에게 수술자국을 물려줘서 미안했다기보다, 수술실 앞에서 내 인생을  제발 닮지 말아 달라고 어쩔 수 없이 다그쳤던 속내를 미안해했습니다.


그런데요.

그래서 다시 한번 뒤집어 보려고 해요.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닮는 게 딸의 팔자라면,


행복하고 건강한 가 되려고요.


몇 년 전 엑셀을 밟으며 어금니를 꽉 깨물며 ' 두고 보라지'의 마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제 나를 사랑하고 성장해 나가는 진짜 어른이 되기로요. 그래서 아이들이 중요한 결정들을 해 나갈 때 건강한 조력자로 저를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게요.


저,

정말

그리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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