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은 끝이 있더라. 그러니 견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지난해 가을, 겨울이 저에겐 매우 느리게 갔으나 기록하고 싶은 용기가 나질 않았다고 할까요? 호기롭게 시작했던 목요일 연재 약속도 지킬 수가 없었네요.
차고 날카로운 찬바람을 쎄게 얻어맞고, 이제서야 한결 편안한 숨을 쉬어 봅니다.
수많은 일들이 일일드라마처럼 매일 저를 각성시키더군요.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치유하고 극복한다며 읽고 쓰기로 했었는데...아직 내공이 한창 부족한 저였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터널을 매일 달리고 걷고 쉬어가고 했더니 세월을 급격하게 얼굴로 맞아, 급 노안이 된 것 같습니다.^^;;
종종 댓글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느끼며 다시 시작해야지, 일어서야지 하다 긴 겨울방학이 끝나 새학기를 맞이한 아이들처럼 저도 3월을 새학년이라 여기며 끄적거려보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둘째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입학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큰 딸은 중3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느새 흔 중반에 밀착되었네요. 사무실과 거주지를 한꺼번에 이사하는 일도 있었구요. 투자랍시고 영끌했던 섣부른 용기로 태어나 처음으로 많은 돈을 잃기도 했네요.
언제나 무거운 경제적인 문제를 스스로 혼자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공포영화이기도 했다가 잔잔한 가족소설같다가도,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같은 문제를 고민해가는 다큐멘터리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쓰는 글이 반가운 소식이 아닌 망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이 또한 기록이니까요.
겨울,겨울,겨울...계속 겨울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봄은 오고야 말았네요.
"고맙다, 기어코 내게 와줘서."
참, 둘째 아이가 입학하기 3주전 어느 날 저를 부르더라구요.
"엄마, 원래 가슴에 이런게 있는거야?"
초경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던 터라, 애기라 생각하며 단지 가슴 멍울이라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