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개집살이 13ㄹ
폭풍이 지나간 자리
간밤에 그런 일이 있은후 집안은 폭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고요했다.
나는 머리가 무겁고,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울다 잠들었다 깨고, 울다 잠들었다 깨고를 반복하다 아침을 맞았다.
너무 심하게 울다보면 온몸으로 울음을 낸것처럼 몸이 얼얼하고 무겁다. 마치 물먹은 솜처럼.
그 틈으로 나쁜 균이라도 들어온 것인지. 출근하던 신랑이 내 이마를 짚어보고 열이 나자 화들짝 놀랐다.
당장 병원에 가자는 걸 내가 애써 말리며 출근이나 하라고 했다.
신랑이 출근하자 집안에는 나와 시어머니 둘뿐이었다.
나는 방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나가서 시어머니랑 마주치기가 싫었다.
마주치기라도 했다간 며느리인 내가 지는 셈 치며 사과를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기로라도 방 밖을 안나가려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시 잠을 청할려고 했다.
하지만 잠이 올리가 없었다.
그러던 중 거실에 인기척이 났다. 시어머니가 외투를 입고 돌아다니는지 사부작사부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외출할려고 그러시나? 외출하시는거면 얼른 나가서 물 마시고 와야지. 하고 별렀다.
그런데 곧 우리 방문이 열렸다. 나는 이불을 꼬옥 잡고, 눈을 감았다.(다시 되새겨보니 스릴러가 따로 없다.)
시어머니가 내가 덮은 이불을 살그머니 들추고 내 이마를 짚어보셨다.
나는 진작 깨 있었지만 시어머니의 손길에 깬적하며 어색하게 눈을 떠보였다.
시어머니는 같이 병원에 가자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계속 병원에 가자고 했다. 나는 괜찮다는데 자꾸 왜 이러시나하고 속으로 짜증을 삼켰다.
결국 그 고집을 꺾을수는 없어서 대충 외투를 입고 시어머니와 집을 나섰다.
날씨는 이제 막 겨울에 들어서고 있었던지라 쌀쌀했다.
나는 병원에 가자는 시어머니의 권유가 일종의 사과가 아닐까 했다. 그래서 나도 그냥 어제 일은 죄송했다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별다른 말을 안하시고 자기는 내 새끼 밖에 몰라서 그랬다고...하며 자신의 이기심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날 일을 풀었다.
미안함 30% 서운함 40% 앞으로 같이 살아야하니까 어쩔수 없이 30%...의 비율로 서로에게 사과를 표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폐허가 됐어도 집을 짓고 살긴 살아야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