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별난 대학생의 세계여행 - #3 ARGENTINA
2024.02.05. ~ 2024.02.09. (총 4박) | 여행경비: 남미 5개국 약 700만원, 아르헨 체류 비용: 223만원
| 축구, 스테이크, 그리고 다채로운 자연의 나라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 →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육로, 6시간 소요)
(칠레) → 엘 칼라파테 ·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 부에노스 아이레스 → 이구아수 국립공원 → (브라질)
기본 정보: 남미 대륙 동남쪽 대서양과 안데스 산맥 사이에 놓여있다. 수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한국과의 시차는 -12시간이다. 화폐는 아르헨티나 페소를 사용하며 (1000 ARS = 약 1300원) 언어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아르헨티나를 상징하는 문화/자연 경관: 파타고니아, 이과수 폭포, 역사적 도시, 와인 포도밭
유명 관광지: 페리토 모레노 빙하, 이과수 폭포, 부에노스 아이레스, 엘 찰텐, 살타, 티에라 델 푸에고, 우마우아카, 멘도사
먹어볼 것: 스테이크와 와인, 아르헨티나식 라비올리 (sorrentinos)
해볼 것: 이과수 폭포 보트 투어,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갈라지는 모습 보기
사올 것: 마테차 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보석 rhodochrosite, La Boca의 알록달록한 모습을 담은 마그넷, 축구 관련 기념품
여행 팁: 환전은 현지에서 하되, 환율이 최대한 좋은 곳에서! / 비교적 소액이어도 지폐가 많으니 관리에 유의하기 /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소매치기 조심하기 (특히 라 보까 지역)
<미션>의 촬영지이자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이과수 폭포와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 등 웅장한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 그와 동시에 탱고 등 풍부한 문화도 가지고 있는 나라.
칠레 파타고니아 여행을 마친 뒤 (칠레 글 참조), 나는 육로를 이용해 아르헨티나로 넘어갔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국경에서 심사를 받고, 황무지를 한참 달려 아르헨티나 측 파타고니아의 거점 도시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한국에는 메시와 마라도나의 나라로 알려진 아르헨티나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나 이과수 폭포 등 남미 최고의 절경들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다.
아침 일찍 칠레에서 출발해 오후가 되어서야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칠레와는 다른 화폐인 아르헨티나 페소를 사용하기에, 좋은 환율을 가진 환전소에서 많이 환전하기 전 우선 사용할 소액의 현금을 환전한 뒤 숙소로 이동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심해 공식 환율과 암환율에는 차이가 있다. 내가 2024년 2월 엘 칼라파테를 방문했을 때, 달러당 1050 페소 정도가 가장 좋은 환율인 듯 했다. Cambio라고 적힌 장소를 찾아 다니면 된다.) 엘 칼라파테에서는 저렴한 호스텔에서 지냈는데, 청결 상태는 썩 좋지 않았었다.
시내에서 환전과 식사 등 필요한 용무를 보는데, 관광 도시라 그런지 물가가 저렴하지 않았다. 다만 그런 덕분에 남미인데도 위험한 느낌은 없었다. 우리는 100 달러 정도를 환전했는데, 인플레이션 때문인지 그리 많은 액수가 아님에도 환전을 하고 나니 돈다발이 생겼다. 아르헨티나 여행 시에는 지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지갑은 필수적인 듯 하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첫날은 마을 근처에 위치한 호숫가에 가서 홍학을 보는 것 정도 외엔 특별한 일정을 잡지는 못했다. 남미에선 이동거리도 길고, 많은 자연 관광지가 외진 곳에 있어 렌트를 하지 않으면 투어를 통해 방문해야 하기에 일정을 빡빡하게 잡기란 힘들다.
엘 칼라파테 (김태호, 2024)
다음 날, 우리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하이라이트인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다녀왔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빙하로, 남미에서 꼭 봐야 할 자연 경관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빙하가 갈라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데 인상적인 광경이다. 빙하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자체가 국립공원인 만큼, 주변의 경관도 멋있는 장소이다. 다만 돈이 꽤 드는 여행지인데, 빙하 위를 걷는 트레킹의 가격이 4~50만원선부터 시작해 70만원 이상까지 올라갈 정도로 매우 비싸다. 우리는 빙하 트레킹은 건너뛰고 배를 타고 빙하 앞까지 가서 구경하는 투어에 참가했다. 빙하 구경 + 보트 투어도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 (김태호, 2024)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김태호, 2024)
빙하를 구경하고 엘 칼라파테로 복귀해서 저녁식사를 했다. Sorrentinos라는 아르헨티나식 라비올리와 와인을 먹었는데 라비올리가 꽤 맛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칠레와 마찬가지로 와인이 꽤나 유명한데, 특히 멘도사 지방의 포도가 유명하다. 이제 우리는 더욱 북쪽으로 향해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동한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셋째날, 엘 칼라파테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여기서 꽤나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비행기를 타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면, 우선 우리는 FlyBondi라는 항공사를 이용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연기되었다는 메일이 왔고 공항도 작다고 해서, 느즈막히 공항으로 갔는데 (대충 비행기 출발 50분 전) 카운터가 닫혀있었다! 그런데 항공사가 전화도 안 받는 것이다. 뭐 공항에 진작 가지 않은 우리 잘못도 있지만, 카운터도 닫아놓고 연락도 받지 않는 항공사 때문에 화가 났었다.
아무튼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야 했기에, 옆에 있는 아르헨티나 항공 카운터에 가서 가장 빨리 떠나는 비행기표를 끊어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이동했다. 돈과 시간을 버리긴 했어도 지난 일을 붙잡고 있어봤자 의미가 없기에 빠르게 행동하길 잘한 것 같다. 아르헨티나 항공을 탄 덕분에 비상구 좌석에도 앉고, 대한항공 마일리지도 적립할 수 있었으니 나름 위안을 삼을 수 있겠다. 아무튼 엘 칼라파테에서 3시간 정도를 날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호르헤 뉴베리 공항에 도착했다. 어느새 내가 사는 곳에서 19,445km, 지구 정반대편까지 와버렸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좀 덜 깔끔한 유럽 느낌이었고 날씨가 일단 무더웠다. 치안도 썩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긴장을 좀 하긴 했다. 안 좋은 점들을 좀 얘기한 것 같긴 한데, 남미 여행 중 들른 도시 중엔 가장 좋았던 편일 정도로 도시 규모도 크고 (산티아고보다 도시가 커보임) 볼거리도 많았다. 숙소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Don Julio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아르헨티나를 다녀온 지인한테 추천을 받은 식당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좋은 스테이크집 중 하나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식당이다. 돈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 중 몇번은 좋은 식당, 좋은 호텔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스테이크랑 와인을 먹었는데, 잘 어울리더라. 와인 종류가 너무 많아서 대충 소믈리에한테 이러이러한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해서 추천받은 레드 와인을 시켰는데, 스테이크랑 와인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아르헨티나 고기값이 워낙 저렴해서 그런지,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인당 한 근씩 먹고 사이드메뉴에 와인까지 시켰는데도 둘이 합쳐서 156,000 페소 (20만원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이튿날 (일정이 타이트한 바람에 이 날이 제대로 관광을 한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5월 광장 (Plaza de Mayo) 과 대통령궁 (Casa Rosada) 을 먼저 찾아갔다. 5월 광장까지 가는 길은 유럽이나 뉴욕에 온 듯한 느낌의 거리였다. 광장에 도착해서는 탱고의 고장 답게 춤을 추고 있는 사람 두 명도 볼 수 있었다. 광장 바로 앞엔 대통령궁인 까사 로사다가 있었다.
광장과 대통령궁을 보고 걸어서 산 텔모 거리로 이동했다. 산 텔모 거리는 예전에 다녀온 몰타와 느낌이 비슷하다는 인상이 있었고, 가보진 않았지만 여러 매체로 접해보고 생긴 쿠바의 이미지도 좀 났던 것 같다. 시장에서 이것저것 파는데, 광물도 팔길래 아르헨티나의 특산품 중 하나인 로도크로사이트라는 광물을 하나 샀다.
산 텔모, 부에노스 아이레스 (김태호, 2024)
산 텔모 거리를 본 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라 보까 (La Boca) 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구글 지도의 버스 정보가 정확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버스 타는 곳을 못 찾고 한참 돌아다녔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라 보까에 갔는데, 여기는 남미의 분위기가 확 났다. 라 보까는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있는 지역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표 관광지이다. 다만 이 지역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치안이 좋지 못한 구역인데다 사람까지 많았어서 소매치기 등에 바짝 긴장하며 다녔다. La Boca에선 한국인 여행객 분을 만나서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간단히 대화를 나눴다. 사진도 많이 찍어주시고 어디가 위험한지 알려주셔서 감사했다.
라 보까, 부에노스 아이레스 (김태호, 2024)
La Boca를 본 뒤, 근처의 유명 축구 경기장인 La Bombonera까지 걸어갔다.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의 나라에 온 만큼 관련된 장소를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세계적인 선수 마라도나가 한 때 뛰었던 보카 주니어스의 홈 경기장인 라 봄보네라가 근처여서 앞까지 한 번 가보았다. 여담으로, 아르헨티나의 축구팀인 보카 주니어스 (우리가 다녀온 경기장을 홈 경기장으로 두었다) 와 리베르 플라테 간의 경기는 엘 클라시코 못지 않은 더비 매치로 유명하다고 한다. 축구의 나라 답게, 보카 주니어스의 경기를 보려면 몇 년 전부터 멤버십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아야만 표를 살 수 있다고 한다.
라 봄보네라 경기장, 부에노스 아이레스 (김태호, 2024)
그런데 경기장을 보고, 기념품샵을 보는데 비가 쏟아져내렸다. 버스를 타야 해서 건물 처마 밑에서 겨우 비를 피한 채로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버스가 와도 손으로 멈춰세워야 정류장에 멈추는데, 처음에 이를 몰라서 버스 한 대를 그냥 보내버리기도 했다. 아무튼 버스를 잡아타고 라보까와 조금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했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묘지 중 하나로 알려진 레콜레타 공동묘지를 보기 위해서다. 버스에서 내린 뒤 근처 몰에서 햄버거를 먹고, 바로 옆에 있는 레콜레타 공동묘지를 구경했다. 묘지는 꽤 컸고, 작은 건물처럼 세워진 묘지 사이로 마을 거리마냥 길이 나 있었다. (푼타 아레나스의 묘지와도 느낌이 비슷했다) 아르헨티나의 유명 배우 에바 페론과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페데리코 를루아르의 묘지 (묘지가 정말 거대했다) 등을 찾아가 보았다.
레콜레타 공동묘지 (김태호, 2024)
묘지를 둘러본 뒤, 버스를 타고 국회의사당 일대로 이동해서 건물들을 구경했다. Palacio Barolo와 국회의사당 건물을 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콜론 극장 (Teatro Colon) 으로 가서 앞을 좀 구경했다. 내부도 멋지다고 했던 것 같은데 들어가보진 않았다. 여기서 걸어서 숙소로 이동했는데, 가는 길엔 세계에서 폭이 가장 넓은 거리인 ‘7월 9일 대로’에 위치한 거대한 오벨리스크에도 들러 구경을 하는 것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관광을 마무리지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김태호, 2024)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브라질과의 국경에 위치한 이과수 폭포로 이동했다. 이과수 폭포는 나이아가라, 빅토리아 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각 나라에서 관광이 가능해 우리는 두 나라에서 하루씩 폭포를 둘러보았다. 폭포의 짐 보관소에 우리의 배낭을 맡겨놓고 아르헨티나 측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공원에 입장해서 바로 보트 투어를 신청했다. 보트 투어는 사파리 차를 타고 밀림을 가로지른 뒤, 선착장에서 배로 옮겨타 폭포를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파리 차로 이동하면서는 남미 밀림을 대표하는 투칸새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폭포로 향하면 폭포 바로 밑까지 가는데 이는 남미에서 가장 재밌는 경험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TV에서 이과수 폭포의 모습으로 나오는, 가장 거대한 폭포로 가지 않고 근처 비교적 작은 폭포 밑으로 가길래 뭐지 싶었다. 하지만 작아보이는 폭포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애초에 큰 폭포 밑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겠더라.
보트투어를 한 뒤에는 식사를 하고 걸어서 국립공원을 둘러보았다. 데크를 따라 있는 꽤 긴 코스였는데, 폭포의 전망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폭포를 둘러보다 보니 코아티라는 너구리 같이 생긴 동물도 마주칠 수 있었다. 이 날 아쉬웠던 점은 폭포에서 가장 유명한 구역인 악마의 목구멍으로 가는 길이 비가 너무 내려 훼손되는 바람에 통제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음날 브라질 쪽에서 악마의 목구멍을 볼 수 있긴 했다.
이과수 폭포, 아르헨티나 (김태호, 2024)
폭포 관람을 마친 뒤 우리는 아르헨티나를 출국하여 브라질 측 도시인 포스 두 이과수로 이동해 숙박을 했다. 포스 두 이과수와 브라질 측 이과수 폭포에 대한 이야기는 브라질에 대한 글을 쓸 때 다뤄보도록 하겠다. 브라질, 그리고 잠시 인근의 파라과이를 다녀온 뒤 다시 아르헨티나 측 이과수 공항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브라질 -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어 비행기를 놓칠 뻔 했지만 사전 체크인과 공항의 작은 규모 덕분에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브라질 -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을 때에는 충분한 여유를 잡고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국제공항인 에제이자 공항을 통해 볼리비아로 출국했다. 이렇게 길진 않았지만 알찼던 아르헨티나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남부 파타고니아의 빙하부터 시작해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북부의 밀림 속 거대한 폭포까지, 여러 가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르헨티나는 언젠가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은 나라이다.
대략적인 예산 정리 (2인 여행: 필자 지출 금액) [총액 1,581$]
숙박비 (총 4박): 158$
교통비 (항공 제외): 51$
식사 + 간식 등 식비 (총 4박): 164$
입장료, 투어 비용: 239$ (페리토 모레노 빙하: 165$, 이과수 폭포: 17$)
엘 칼라파테 - 부에노스 아이레스 국내선 (아르헨티나항공 이코노미): 201$
부에노스 아이레스 - 이과수 국내선 왕복 (아르헨티나항공 이코노미): 267$
볼리비아 출국 항공편 (부에노스 아이레스 - 산타 크루즈 - 수크레, BoA 이코노미): 331$
기타 비용 (수하물 관련, 쇼핑 등):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