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작성됨.
미화(美化): 아름답게 꾸밈.
올해의 영화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보다 뛰어난 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반년 전부터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내게 적잖이 신비한 영화였다.
영화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그린다. 금지된 욕망을 향한 위태로움은 ‘사랑’으로 포장되어 위태롭지만 천천히 쌓아져 간다. 두 시간 내내. 천천히 죽어가는 영혼들이 아름다워 보였나? ‘사랑’ 하나 제대로 지껄이지 못하는 저들의 건조한 두 눈을 보라.
낭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장센 범벅의 프레임. 화면 속에서 화면과 화면을 넘나들며 인물을 더 다채롭게 구현해내는 쇼트. 그리고 모든 것을 관통하는 음악까지. ‘아름다움’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스릴러인가 로맨스인가. 쉽게 단정 짓지 마라. 사건은 일어났지만 범인은 없었다. 사랑은 피어났지만 사람은 없었다. 해가 떴지만 안개는 그대로였고, 파도가 쳤지만 산은 그대로였다. 영화는 끝났다.
여자는 말한다. “그 남자의 ‘마음’을 가져다줘.” 남자의 번역기는 말한다. “그 남자의 ‘심장’을 가져다줘.” 중국어를 알아듣는 나는 혼자 깔깔댔다. 영화 중간에 친절한 설명이 나오기 전까지.
누구는 ‘마음’을 말했지만 누구는 ‘심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누구에겐 불륜을 아름답게 빚어낸 영화일 수 있지만, 누구에겐 사랑의 향유(享有)를 갈망하는 영화일 수도 있는 것처럼.
누가 감히 쉽게 단정 짓겠는가.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을. 우리 잊지 말자. 예술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완성되는 것이다. 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