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노트북 로그인이 되지 않습니다."
"임신 중 잘렸어요."
"이제 전 뭘 해야 할까요? 인도나 캐나다에서 엔지니어를 찾는 곳이 있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1997년 IMF 시절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려 지난해 말부터 빅 테크 해고 열풍이 시작된 실리콘밸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및 해고 통보 소식을 시작으로 매주 글로벌 기업의 해고 소식이 눈에 띄고 있는데요. (구) 페이스북 (현)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2022년 11월 9일 직원들에게 1만 1만 1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다고 서한을 보냈고 그것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1만여 명을 감원할 계획입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모이는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는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허망함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월스트릿에서도 해고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가 가능한 국가입니다.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유행어가 "You'r fired."인 것만 해도 그렇죠. 말 한 마디면 당장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 곳이 미국입니다.
한국도 그럴까요? 종종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그려지곤 하는데요. 아마도 극적인 상황 연출을 위해 미국의 쉬운 해고 상황을 빌려온 듯합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말 한마디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지 않거든요. 생각보다 한국의 노동 관련 법규는 근로자 편에 서 있습니다. 어쩌면 운영자들을 서운하게 할 정도로요. 그렇다면 한국에서 정의하고 있는 해고와 그와 관련한 법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해고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보겠습니다.
해고의 법적 의미 : 사용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 (사업주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행위)
권고사직의 법적 의미 : 사용자와 근로자 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
보통 권고사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권고사직은 해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권고사직 : 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
vs
해고 : 사용자 일방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
사용자(사장)가 "너, 나가"라고 했을 때, 직원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면 권고사직에 해당,
"싫은데요?"라며 반발에도 사용자가 "그래도 나가"라며 밀어내어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다면 해고에 해당됩니다.
실제로는 권고사직과 해고를 구별하기란 어렵지만, 결국 2가지 개념의 구분은 근로자의 동의 여부로 결정됩니다. 근로자의 동의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바로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할 경우입니다. 근로자가 직접 작성한 사직서를 통해 퇴사에 동의한 것으로 보고 해고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죠. 간단히 말해서, 사직서가 제출되었다면 해고 사실은 없는 것이 됩니다. 실업급여 수급 사유와 관련된 고용보험 상실 사유에서 해고와 권고사직을 같이 취급하다 보니 권고사직과 해고, 이 두 가지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실업급여 수급 사유에서 해고와 권고사직을 한 개의 코드로 묶어서 봅니다. 그러니,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용자의 사직권유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직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자, 해고의 정확한 의미에서부터 사용자(사장)의 진입장벽이 그리 낮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작은 지금부터입니다. 근로자를 채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그 옛날 사장님 마음대로 하던 시절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류합니다.
1. 해고 예고제도
2. 해고의 정당성
해고가 어려운 이유 (1) - 해고 예고제도
해고예고제도는 보통 해고예고수당으로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며 "한 달치 월급 주고 내보내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 것이 해고예고제도를 의미합니다.
해고예고제도란? 해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30일 치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수당으로 지급.
실제 분쟁이 발생했다는 것은 사업주가 39일 전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므로 실제 사례에서는 해고 예수당의 문제로 봐도 무방합니다.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해고예고수당을 받지 못했다면,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관련 분쟁 기관인 사업장 관할 노동지청에 진정 제기를 하거나 민사소송으로 해고예고수당 청구도 가능합니다.
그래, 눈엣가시인 저 직원을 자르기 위해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했다 칩시다. 그럼 너와 나 사이의 잘못된 만남이 끝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주의사항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해고예고수당만 문제가 된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해고예고수당뿐만 아니라 해고의 정당성도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했다고 해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입니다.
해고가 어려운 이유 (2) - 해고의 정당성
우리나라에서 해고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해고의 정당성' 문제입니다.
해고 예고제도 : 해고예고수당 지급의 문제
vs
해고의 정당성 : 해고의 효력 문제
앞서 말한 미국의 해고가 쉬운 이유는 해고의 정당성이 필요 없기 때문이죠. 미국은 앞서 언급한 것"You're fired." 한 마디면 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고예고 수당과는 별개로, 해고가 정당해야 합니다. 즉, 해고할만한 이유가 있는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 해고의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면, 해고 효력이 부정됩니다.
해고 효력이 없을 때는, '해고의 정당성이 없다, 해고의 효력이 없다'라고 판단되어 -> 해고자 원직 복직 + 해고기간 동안의 모든 임금 지급해야 합니다. 이 정당성 문제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만 문제 되는데, 해고의 정당성 관련 분쟁 기관은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혹은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이 있습니다.
해고의 정당성 문제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해고 절대 금지기간 해고 금지
- 출산휴가기간+ 30일
- 업무상 재해로 휴업한 기간 + 30일
- 육아휴직 기간
이 기간에 해고 시, 해고의 정당성이 부정될 뿐만 아니라 무려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5인 미만 사업장도 마찬가지죠.
2. 해고절차 준수
- 해고 서면통보 : 해고는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명시하여 통보해야 합니다.
- 회사 내부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등에서 정하고 있는 해고절차를 준수해야 합니다. (ex 징계위원회 규칙 등)
3. 해고사유의 존재
해고사유 없는 해고 시 해고 정당성이 부정됩니다. 해고사유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를 말합니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의 예시를 들자면, 근로자의 계속적 무단결근, 근로자가 회사의 재산을 횡령하는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해고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케이스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항상 분쟁이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직원이 상사를 폭행하는 경우에도 간단하게 정당 해고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에서 해고가 어려운 이유는 해고 예고제도(해고예고수당), 해고의 정당성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해고예고수당을 받았다 하더라도 해고 정당성 부정에 따라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또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해고예고수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지 않아도 됩니다.
12년 전 드라마 "봉골레 하나!" 외치던 파스타 기억하시나요? 해당 드라마에서는 셰프 이선균이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라는 이유로 여성 요리사 전원을 해고하는 사건이 등장했는데요. 이것은 해고절차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해고의 정당성이 부정되기 때문에 여성 요리사들은 원직 복직은 물론, 해고된 기간의 임금까지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무려 12년 전 작품이죠. 지금은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2년이 더 지난 2023년입니다.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사장님들은 파스타 시절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법하게 회사를 운영해야 할 것이고, 근로자들 또한 사용자와의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맡은 소임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분쟁이 일어나서, 종전에는 둘 중 누군가가 승리한다 해도, 회사에서 만나 관계를 이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실리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