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15화
나는 저학년을 맡으면 학급 미니 대회를 꼭 한다.
학급 미니 대회에는 아이들의 강점을 찾아주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다. 미니 대회 종목은 어른의 눈에는 사소해 보여도 저학년 아이들이 길러지면 좋을 능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젓가락질 대회, 종이접기 대회, 바른 글씨 쓰기 대회, 달리기 대회, 오래 매달리기 대회, 줄넘기 대회, 발표 대회, 급식 골고루 먹기 대회 등 해마다 조금씩 변경하거나 추가하면서 운영했다.
급식 골고루 먹기 대회와 발표 대회는 일주일이라는 운영 기간을 두어 꾸준히 실천한 친구들에게 상을 줬다. 종이접기 대회와 바른 글씨 대회는 이름을 쓰지 않고 작품을 전시한 후 우리 반 친구들과 다른 반 친구들 또는 고학년 선배들이 스티커로 투표를 해서 금, 은, 동을 가렸다. 교장선생님이나 다른 반 선생님께도 부탁을 해서 투표를 하기도 했다. 교장선생님도 투표한 거라고 하면 아이들 눈빛이 더 반짝였다.
줄넘기 대회는 1분 동안에 많이 한 친구가 상을 받기도 하지만, 학기 초와 비교해서 많은 성장을 한 친구에게도 상을 줬다. 운동 신경이 좋지 않아도 노력한 모습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반 아이들 모두 열심히 연습했다.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와 경쟁하며 아이들은 줄을 넘었다.
달리기가 느려도 오래 매달리기는 잘하는 아이가 있고, 글씨는 잘 써도 편식이 심한 아이가 있다. 아이들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이 달랐다. 잘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태도 자체가 강점이 되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대회 때마다 수상자는 달랐고, 상장을 받으며 뿌듯해하는 친구도 늘어갔다.
2021년, 1학년을 가르칠 때도 학급 미니 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무룩한 표정을 한 친구가 눈에 보였다. C는 급식 골고루 먹기 대회에서 동상 한 번만 받고 금상은 받지 못한 아이였다.
" 이런 대회는 왜 하는 거예요? 하기 싫어요."
아이의 불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온 날, C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자기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속상해했다. 속상한 마음에 하기 싫다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승부욕이 강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친구였기에 더 속상했겠지.
"그래도 너는 아슬아슬하게 상을 놓치기도 하고, 제일 멋있는 급식 골고루 먹기 대회에서는 동상을 받았네."
"너는 잘하고 싶은 의욕이 많아서 뭐든 잘할 거야. 의욕 높은 사람 뽑기 대회가 있었으면 네가 1등이었을걸."
대회라는 게 우열을 가르는 일이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미니 대회를 할 때 조심스럽다. 혹여나 경쟁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해서. 하지만 인지적인 부분으로만 평가받는 아이들 세상에서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이거 하나 정도는 나도 괜찮게 잘하는 편이야. 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높여주고 싶었다.
C는 정말 이 대회 저 대회 열심히 의욕적으로 참여하는 아이였다. 의욕은 우리 반 1등이었다. 아이의 강점을 찾아 칭찬해 주고,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선생님도 이것저것 조금씩은 잘하는 것 같은데 특출 나게 잘하는 게 없었어. 그래서 학생일 때 나는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지."
"선생님도 그랬어요?"
"근데 이것저것 조금씩 잘하는 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니까 엄청난 장점이 되더라. 그림을 조금 잘 그리니까 너희들에게 시범을 보여줄 수 있고, 체육도 노래도 피아노도 조금씩 잘하니까 너희들을 가르칠 때 도움이 많이 됐어."
특출 나게 잘하는 건 없어도 고만고만하게 골고루 잘했던 나는 초등교사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로는 다 했기에 시범을 보일 때 어려움은 없었다. 저학년일수록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면 "우와."하고 감탄해 줬기에. 그래서 교사로 지내면서 나는 내가 좋아졌다. 이것저것 고만고만하게 골고루 잘하는 나.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우리 아이들이 감탄할 만큼은 되니까.
C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기특하게도 이렇게 말해줬다.
"선생님처럼 된다면 참 좋은 거네요."
"그럼, 나름 다재다능한 사람인거지."
"다재다능이 뭐예요?"
"다양하게 재능과 능력이 있다는 뜻이야. "
우리는 나름 다재다능한 사람이야 하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마쳤던 기억이 난다. C는 그 후로 사자성어 대회에서 아깝게 1개 차이로 금상을 받지 못했다. 은상을 받으며 C는 "나는 다재다능한 아이야."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그게 무슨 뜻이냐며 C에게 물었지만 C는 "그런 게 있어." 하고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래.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것도 나름 괜찮게 하고 저것도 나름 괜찮게 하는 편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살자. 이것도 나름 다재다능한 거라고 그렇게 나를 토닥여주자. "
C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지만 나에게도 하고 싶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