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예쁜 아이들 20화
2023년도,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C 친구로 힘이 들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운동도 잘하고, 얼굴까지 잘생겼던 C.
하지만 C는 욱하는 성격으로 친구에게 당한 대로 되갚아주려는 성향이 강한 아이였다. 그래서 다툼이나 갈등이 많았고, 잘생긴 얼굴은 인상 쓰고 화내는 모습으로 자주 일그러져 있었다.
도서관에 줄을 서서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C가 지나가는 한 친구를 팍 때리는 게 아닌가.
"무슨 일이야?"
"전에 쟤가 화장실에서 저 밀치고 갔어요."
C는 예전에 잘못한 일을 기억하고 다시 되갚아주었던 것이다. 영문도 모르고 맞은 아이는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보내고 C와 영문도 모르고 맞은 다른 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화장실에서 밀치고 간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일부러 한 게 아니고 실수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C는 네가 먼저 잘못한 거라며 당당했다.
친구가 먼저 잘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말로 표현해야 한다.
사소한 일이나 일부러 한 게 아니라면 이해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너도 실수했을 때 친구들이 더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렇게 서로 이해하면서 지내는 곳이 학교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C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라고 여러 번 수도 없이 지도하니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더라. 일주일에 2~3번 싸우던 일이 1~2번으로 줄고,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 또한 좋아졌다.
그 당시 반에는 C와 비슷하게 그림도 잘 그리고, 운동도 잘했던 또 다른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 친구도 이니셜이 C였다. 앞에서 말한 욱하는 성격인 C와 이름이 비슷했다. 딱 한 글자 차이. 하지만 이 친구는 이름만 비슷할 뿐 성격은 정반대였다. 다툼이나 갈등은 거의 없고,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인 아이였으니까.
1학년은 정말 다툼이나 갈등이 많이 생긴다. 선생님에게 이르는 아이도 많다. 너무 사소해서 이런 것까지 해결해줘야 하나 현타가 온다. 1학년 아이들 대부분은 불편한 점을 친구에게 말하는 방법을 모르고, 실수를 이해해 주는 마음은 부족하다. 그래서 별거 아닌 일이 큰 싸움이 되고, 교사는 싸움을 말리고 이야기를 듣다가 쉬는 시간이 끝난다.
이런 아이들 틈에서 인기 만점 C는 확실히 달랐다.
한 번은 복도를 가다가 친구가 실수로 C를 치고 갔다. 꽤 세게 치고 갔는데, 친구들과 뛰어가다가 C를 보지 못하고 부딪친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이라면 옆에 선생님이 있으니 바로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C는 치고 간 친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이.
나에게 고의로 한 게 아니라면, 싫다고 했는데도 계속하는 게 아니라면 C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친구의 실수를 이해해 주고, 유연하게 넘기기 때문에 친구들은 C와 노는 것을 즐겼다. 마음이 편하고 좋았을 것이다.
그림도 잘 그리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까지 좋았던 C를 반 아이들 모두 좋아하고 따랐다. 나 또한 예민하지 않고 유연하게 넘기는 태도를 가진 C가 참 예뻐 보였다. 무리에 C가 껴있으면 '여기는 싸우지 않고 잘 놀겠군.' 하는 믿음까지 생겼다.
그런가 보다 하고 유연하게 넘기는 것.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내 갈길을 가는 것.
인생에서 꼭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벌써 그런 태도를 장착한 C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