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참 바쁘게 산다. 잠깐이라도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아서 더 빨리 달리려고 발버둥 친다. 나도 그랬다. 어딘가에서 중요한 걸 놓치는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계속 달렸다.
그런데 몸은 거짓말을 못 한다. 끝내 한계를 드러내고야 만다.
소설을 쓰는 시간도 그랬다. 글에 빠져 있으면 하루 15시간씩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이 흔했다.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몰랐다. 박카스를 몇 병씩 마시며 내가 아닌 글 속 인물로 살아간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 매달려 이야기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멈추는 순간, 글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에 쫓기듯이.
며칠을 그렇게 버티면 몸이 먼저 대답을 한다. 손목이 찌릿찌릿하고, 손가락도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인물들이 돌아다니는데, 몸이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결국 멈추는 건 내가 아니라 몸이다. 의자를 밀고 일어섰다가 휘청거릴 때야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결국 나를 소진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후로는 억지로라도 멈추는 시간을 만들었다. 손을 놓고, 한숨 돌리는 법을 배웠다. 머릿속에선 계속 일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리지만, 그래도 잠시 쉬어야 한다는 걸 받아들였다. 멈추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 스스로 쓸모없어진 것 같아서. 그래도 알게 됐다. 멈추는 건 뒤처지는 게 아니라는 걸.
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방향을 다시 잡는 시간이었다.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결국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멈춰야 비로소 제대로 보고, 돌아보고, 또 앞으로 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멈춤을 실패로 본다. 나도 그랬다. 멈춘다는 건 못나 보이고, 게으른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멈췄던 그 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는 걸. 쉼 속에서 얻는 여유가 오히려 더 멀리 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걸.
삶은 단순히 달리기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가끔은 멈춰야 한다. 멈추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정말로 가고 싶은 길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