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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Oct 02. 2024

가끔은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달려간다. 잠깐이라도 멈추면 무언가를 놓치는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 불안은 발걸음을 더 재촉하지만,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조용히 경고를 보내기 시작한다. 알아채기 쉽지 않지만, 결국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몸은 스스로 멈출 수밖에 없다.


소설을 집필할 때 나는 이 경고를 자주 느낀다. 글 속에 빠지면 시간은 의미를 잃는다. 하루 15시간씩 같은 자리에 앉아 타자를 두드리며, 박카스와 사이다를 섞은 음료로 버틴다. 배고픔도 잊고, 목마름도 잦아들며 나는 글 속 인물이 되어 그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간다. 그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곧 이야기를 잃는 것처럼 느껴진다.


며칠을 그렇게 연속으로 작업하면 해가 뜨고 지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때 내 몸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허리는 뻐근하고, 손목과 손가락 마디가 욱신거린다. 어느새 파스를 손가락에 바르며 글을 이어가지만,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인물들이 움직이기에 멈출 수가 없다.


결국 멈추는 것은 내 몸이다. 일어서려다 어지러움에 휘청일 때, 비로소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결국 나 자신을 소진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후 나는 의식적으로 멈추는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손을 쉬게 하고, 잠시 나에게 여유를 주는 시간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창작의 몰입과 쉼의 균형이야말로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임을 배웠다.


우리는 ‘멈춤’을 실패나 뒤처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그 멈춤은 더 나아가기 위한 재정비의 시간이다. 쉼 속에서 얻는 여유는 오히려 나를 더 멀리 이끈다. 삶은 결코 끊임없는 달리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끔은 멈춰야 다음 발걸음이 더 가볍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멈춤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출발하기 위한 준비이자, 내가 진정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열정적으로 달려도 결국 방향을 잃고 말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멈췄던 그 순간들이야말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발판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신세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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