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후회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잘못된 선택이 누군가를 아프게 했고, 미뤘던 일들이 나를 짓눌렀다. 후회는 마치 내 안에 뿌리 내린 덩굴 같았다. 아무리 풀어보려 해도 더 깊이 얽혔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비난하며 그 무게에 눌려 멈춰 서곤 했다.
그 무게를 더는 지고 갈 수 없다고 느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걸 평생 안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후회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후회 속에서 배워야만 했다.
부족했던 나를 인정하고, 거기서 무언가를 얻어야 했다.
거친 돌을 갈아 보석을 만드는 것처럼, 내 마음도 다듬어야 했다.
그날,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야."
친구는 한참 말이 없더니 내 눈을 보며 말했다.
"그때의 너는 최선을 다했어. 후회하지 마. 그 선택 덕분에 지금의 네가 있는 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울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나를 조금 더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를 비난하는 대신, 그때도 나름의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게 내겐 새로운 시작이었다.
후회를 없앤다는 건 과거를 잊는 게 아니었다. 내가 내린 선택과 부족했던 순간들까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금이 간 도자기에 흙과 물을 덧대 다시 빚어내는 것처럼, 후회의 흔적은 나를 조금씩 변화시켰다. 그 흔적들은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 아무도 완벽할 수 없었기에, 나의 결점조차 나를 인간답게 만들어줬다. 후회와 결점 속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던 모든 순간들이 결국 나를 사랑하는 길이었다. 험난한 산길 끝에서 만나는 풍경처럼,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었다.
결국, 나를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건 내가 나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었다.
후회의 무게를 짊어진 채라도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것.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이해하고, 그 불완전함마저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을 온전히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만남이야말로 진짜 행복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