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득 거울을 들여다보다 눈가에 자리 잡은 작은 주름을 발견했다. 미소를 지을 때마다 그 주름은 더 깊어졌다. 처음엔 낯설게 다가왔다. 어쩐지 내 얼굴이 변해버린 것 같았고, 그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니 그 주름 안에 내 삶이 담겨 있었다. 웃고 울며 지나온 시간들, 그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주름은 단순한 흔적이 아닌, 내 인생을 아로새긴 시간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계절이 변할 때 자연스럽게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받아들인다. 그 꽃잎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갈 때,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이 이어질 순환의 일부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새겨지는 시간의 흔적을 그렇게도 두려워할까? 나이 듦을 두려워하며 얼굴에 생긴 주름을 애써 감추려 하는 걸까?
삶은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성된다. 시간이 흘러야 우리는 더 깊이 살아가고, 그 안에서 비로소 성숙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간을 피하고 싶어 한다. 마치 시간이 우리를 약화시키는 것처럼 느끼며 그 흔적을 없애려 한다. 하지만 그 흔적들은 우리가 지나온 여정의 증거이자, 시간 속에서 내가 얻은 소중한 가치를 새긴 흔적이다.
시간은 우리를 천천히 단단하게 만든다. 떨어지는 꽃잎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순간이 자연스럽고, 또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새 생명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얼굴에 새겨지는 주름과 희어지는 머리카락 역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말해주고, 삶의 이야기를 더 깊고 온전히 만들어 준다. 나는 이제야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주름이 늘어갈 때마다, 그 자리에 담긴 시간이 나의 일부임을 기억하려 한다. 그 시간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소중히 간직하며 나의 삶으로 삼을 것이다. 시간의 손길이 나를 변화시킬 때, 나는 그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며 나를 더 깊고 성숙하게 다듬어 갈 것이다.
시간은 삶을 완성하는 도구다. 우리는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대신 그 흐름을 품고, 그 안에서 나를 단단하게 빚어가야 한다. 시간을 껴안는 것이 곧 성숙해지는 길이며, 얼굴에 남는 주름은 단순한 외적 변화가 아니라 내가 걸어온 시간의 기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더 깊어진다. 그 흐름 속에서 남겨진 흔적들은 마치 오래된 나이테처럼 내 삶의 결을 따라 은은히 빛나며, 분명 나를 채워줄 것이다.
신세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