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한때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 뜨겁다가도, 어느 순간 얼음처럼 차갑게 변한다. 때로는 그저 미지근한 상태로 머무르기도 한다. 사랑에는 온도만큼이나 속도도 있다. 천천히 규정 속도를 지키며 달리던 감정이, 어느 날 갑자기 속도를 높여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어느새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서 버리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매일같이 그립고 궁금하던 사람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그 순간 사랑의 온도는 미지근해지고, 마음의 속도는 멈춘다. 이제 그 사람의 소식도, 근황도 궁금하지 않다. 그리움이 더는 나를 당기지 않고, 그 감정은 마침내 정지 상태에 놓인다.
여전히 분노가 남아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아직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감정조차 남지 않았다면, 그 사랑은 이제 진정으로 끝난 것이다. 연인들 사이의 다툼은 애정이 있을 때만 일어난다. 마음이 남아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작은 행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애정이 사라지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어진다. 그래서 싸우는 연인은 어쩌면 아직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툼이 남아 있는 한, 다시 뜨거워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러나 미지근해진 감정이 완전히 식어버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감정을 다시 끓이거나 얼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마저 사라졌다면, 그 인연은 끝난 것이다. 이제 그 사람을 완전히 놓아주었을 때, 마침내 긴 숨을 내쉬며 홀가분하게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신세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