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진비래요 고진감래라

by 온유


구순이 넘으신 조부모님은 글을 쓰시고 정리하시는 것을 즐겨하신다.


구순이 되던 해에 할아버지는 여러 교훈이 담긴 글을 쓰셔서 수필집을 작성해 몇 해전 "잊지 말자"라는 제목 아래 본인이 쓰신 글들을 가족들에게 낭독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글들 중 그때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는데, "나의 일생 삶의 여정 속에는 흥진비래요 고진감래라. 이 모든 것은 양극화가 있는 법이다"라는 구절이었다. 그 구절이 담긴 문장은 아래와 같다.

지금은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생각을 하여 보니 나의 일생 삶의 여정 속에는 "흥진비래요 고진감래라"(이 뜻은 '한 번 즐거우면 그 뒤에는 슬픔이 있고, 고진 감래란 고통과 괴롬이 있으면 그 뒤는 행복한 날이 온다.) 이 모든 것은 양극화가 있는 법이다.

한 인생을 살다 보니 기쁨도 환희도 이 모두가 한 흙으로 영과 육으로 분리되어 한 순간의 인간의 이 세상에는 이별과 작별의 장막이 끝이 나는 날에 인생은 허무하다.

한 때는 살려고 열심히 허덕거리며 동분서주하는 세상 살이었지만, 이제는 다 분토같이 다 내어버릴 90살 인생이 아닌가. (생략)

이제는 하나님의 사생과 유영의 닻을 풍랑에 맡겨두고 이 세상 작별한 순간들은 이롬과 고독이지만 다 사랑의 넓은 가슴으로 저 천국 가리이다.

그 당시 할아버지가 쓰신 글들이 요즘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 요즘 인상 깊던 "흥진 비래요 고진감래라"라는 구절이 마음에 박혀 할아버지의 글을 꺼내어 보곤 한다.


나의 글을 본 이들은 알겠지만, 마음의 병으로 때론 괜찮기도 어떨 때는 힘들기도 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최근엔 대부분 괜찮은 일상을 보내다가 요즘 다시 나에게 어려운 시기가 찾아왔다. 다 끝난 줄 알았다고 희망을 가졌다가도 다시금 마음의 병이 찾아올 때면 속상하고 무기력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활력이 있는 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나의 또 다른 나는 내 삶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일상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해 봐도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것은 엄마의 역할도, 아내의 역할도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역할이지만 가끔씩은 나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들을 잘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려 괴롭고 속이 상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요즘인지라, 잠시 글을 쓰는 일들을 멈추었는데 문득 떠올린 할아버지의 글이 나를 다시금 힘을 내게 한다.


흥진비래요. 고진감래라. 결국 고통과 괴롬이 있으면 그 뒤에 행복한 날이 있음이 분명하기에. 90세 인생을 넘게 살아온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이니 더 그 말을 신뢰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동분서주한 하루이지만 결국에 하나님께 맡긴 인생이니, 그 인생의 길에 지금의 때가 이유 있음을 다시 한번 기억하며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우리의 삶은 결국, "흥진비래요. 고진감래"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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