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네 생각이었다. 하지 않는다고, 이제 안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오늘은 널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쩌면 본능적으로 너에대한 생각을 억지로 잘랐다. 억지로 자른다는건 네 생각을 하는 것일텐데. 너의 꿈만 꾸어도 눈을 떴을 때 친구에게 전화해 엉엉 울어버리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
지금 있는 이 집에도 너의 흔적이 남아있고, 이제는 하나 남은 칫솔걸이가 너의 빈자리를 이야기 한다. 온갖 아름다운 기억으로 미소지었다가도 마지막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미어진다. 나는 이런 매일의 반복이었어. 다만 아픈것도 반복하다보니 무뎌져버렸을 뿐이야.
2년전 이맘쯤엔 너와 설레며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는것만으로 사랑스러워 죽을것 같았지. 싸우지 말자며 약속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지. 나는 그 과정들이 즐거웠어. 사랑받는거라고, 이게 사랑하는거라고 그동안의 결핍들이 너로 채워지는 느낌이었어. 그때 나의 연애는 변하기 시작했어. 너로 인해서. 가볍게 만나 상처주기 싫었어. 너는.
끝을 얘기할때마다 서글퍼지는 내 눈빛을 보았는지 우리는 끝이 없을거라고 하며 안아주었어. 나는 그 온기가 너무 행복했고, 끝을 생각한다는건 슬펐어. 그때 시작하던 우리는 아주 찬란했어. 빨리 세자리숫자를 넘기고 싶다고, 말을 해오던 너에게서 나는 순수함을 보았고 그렇게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또 사랑한다고 전했어.
그때 다짐했어. 사랑한다는 말은 전해도 전해도 부족하니까, 그러니까 오래도록 네 옆에서 지지앉는 꽃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사그라지지 않도록 내 진심을 전하겠다고. 그 순간의 아름다운 감정들은 여전히 그날의 시간속에 머물고 있고 기억들은 밀하게 다가오는 햇살처럼 따스했어. 그곳에 우리의 안온함이 있었어.
아마도 나는 얼핏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너와의 끝은 나를 정말 아프게 하겠다는 것을. 너는 나에게 엄청난 우울을 선물하겠다는 것을. 너를 만나면서 배운게 참 많았어. 여자한테 지는법. 거짓말은 언젠가 드러나는 법. 나보다 너를 위해 더 깨끗이 하는 법.
요즘 잠잠해 졌던 감정들이 다시 요동치고 있어. 겨울이 되가며, 나의 집에 올때 네가 입었던 옷을 하나씩 꺼내서 입기 시작했어. 거기 베어 있는 너의 체취때문일까. 나는 너를 냄새로 기억해. 항상 말했잖아. 나는 너의 냄새가 좋다고. 너의 향기가 너무 좋다고. 내 옷에 베어있는 너의 체취가 끝도없이 나를 그 순간속으로 밀고 들어가버려.
아름다웠어. 나는 너와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았어. 그리고 너를 더 담지 못한것을 후회해. 내 모든것은 너와 함께 해서 의미가 있었어. 나는 아직 이 추억을 벗어나기에 벅차다고 느끼곤 해. 언젠가 이 곳을 벗어나 너와의 종언을 선언할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다음 추억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다시 내 안에 쏟아붓고 싶어.
맞아. 아직 조금 그립긴 한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