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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늬 Aug 22. 2020

유기견을 다시 재유기한 사람에게

episode 7. 입양한지 한달된 강아지를 유기한 뻔뻔한 입양자


**아래 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우리의 임시보호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이 글은 제가 임시 보호했던 강아지 우리의 입양자가 우리를 재유기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며칠간 보호소 측에서 공식 계정을 통해 공개한 내용만을 서술하였으며 추측성 이야기를 담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너무나 다행히도 우리는 새로운 가족을 만났고 현재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글은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상처주기 위해 작성한 글이 아니며, 강아지를 반려하는 것,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에 대한 신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쓴 글입니다.



우리 돌려주세요.



얼마 전 우리(임시 보호했던 강아지)가 있던 보호소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뜻밖의 게시글을 발견했다.


“공고번호 20_0119 입양자님 아이 생사 확인해주세요.”라는 게시글이었다.


무슨 일일까.. 유기견을 입양해서 보호소에 몰래 재유기하는 일은 꽤나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라 어떤 강아지가 이런 일을 당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공고번호 태그를 클릭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 임시보호 시절 내가 입양 홍보를 위해 태그를 걸어 작성한 게시글이 나왔다.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우리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건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우리 입양자의 인스타 계정에 4월 이후로 근황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이가 꽤 있으신 분이라 그저 인스타를 잘 안 하시는구나’라고만 생각했지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보호소 계정에 이런 게시글이 올라온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올해 3월 24일 입양 4월 20일경까지 근황이 올라오다가 4월 27일 경 우리 입양자가 보호소 쪽에 파양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나는 보호소 관계자가 아닌지라 파양 의사를 밝힌 후에 입양자와 보호소 측간에 어떤 자세한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있던 보호소는 안락사가 있는 보호소인지라 파양으로 돌아오는 아이가 안락사 1순위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파양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 입양자는 당장 파양을 진행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 후에도 보호소와 우리 입양자 간에 어떤 대화들이 오갔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보호소 게시글을 통해 알게 된 정보만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우리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던 보호소 봉사자분들이 지속적으로 우리 근황을 알 수 있도록 최신 사진이나 영상을 요청했고, 우리 입양자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주지 않으면서, 너무 바빠서 인스타를 할 시간이 없다 요미(우리가 요미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잘 지내고 있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이미 4월 20일 경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보내면서 최근 사진이라고 우기기까지 했다.

나중에는 보호소 쪽 연락을 아예 차단했고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보호소 측 봉사자 분들이 인스타그램에 이 사건을 공론화한 것 같다.


입양자와 나눈 카톡
이렇게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이 사건이 공론화되자 분개한 많은 사람들이 입양자의 인스타 계정에 들어가서 ‘요미는 잘 지내고 있나요?’라는 댓글들을 남겼고 우리를 입양한 그 입양자는 "요미는 잘 지내고 있다. 갑자기 왜 사람들이 같은 날 요미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다며 "요미 잘 지내고 있고요, 요미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뻔뻔한 댓글을 남겼다. 나중에는 아예 인스타 계정을 삭제해버렸다.


나중에 보호소 측에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5월 우리를 재유기한 곳의 인스타 계정에 우리 입양 홍보글이 올라왔으니 4월 27일 파양 의사를 밝히고 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재유기한것으로 보인다. 자기가 유기한 아이 사진을 버젓이 자기 인스타 계정에 그대로 놔뒀으니 강아지를 버린 일을 얼마나 개의치 않아했는지가 느껴져서 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다.


끝까지 뻔뻔하게도 우리가 자기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우기던 입양자는, 결국 자신의 신상과 자기 가족의 신상까지 털리는 지경에 이르고,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보호소의 강경한 태도에 자기 딸을 시켜서(시킨 건지, 아니면 보다 못한 딸이 자백한 건지는 모르겠다.)

우리를 유기했다는 사실을 밝혔고. 다행히 우리를 재유기했던 곳을 통해 우리가 다른 가족에게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새로운 입양자와 연락이 닿았고 우리가 사랑받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딸이라는 사람이 올린 사과문


어찌 됐건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새로운 입양자와 연락이 닿기까지 며칠 동안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그 아줌마가 우리를 재유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어제는 너무 화가 나서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입양자의 딸에 말에 의하면 입양자가 이혼을 하고 적적한 마음에 우리를 입양했다고 한다. 이혼을 하면서 오피스텔에 살게 됐고 취업을 하게 되면서 집에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와 힘들었다고 한다.


사연 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이 경우는, 강아지에 대한 지식 없이 입양했다가 강아지를 유기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2개월 때 이미 4kg 나가는 대형견이었다. 기존에 이미 푸들과 시추를 키우고 있으면서 에너지 넘치는 대형견을 오피스텔에서 기를 생각을 하다니 민원이 들어왔다는 걸 보면 산책이나 제대로 시켜줬을지 모르겠다.


모든 걸 다 양보해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재유기가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다른 방법도 충분히 많았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보호소 측에 연락해 재입양처를 알아봐 달라고 하고 재입양처가 나올 때까지 우리를 돌볼 수는 없었을까? 자신이 키우지 못하면 다른 좋은 보호자를 찾아주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마도 본인이 욕먹는 게 두려워서 보호소 몰래 유기한 모양인데, 잘못된 일을 했으면 욕을 먹는 게 맞다.


입양자를 옹호하는 사람이 쓴 댓글은 더 가관이더라. 본인도 찔렸는지 또는 사람들의 비난이 무서워서 그랬는지 헌재는 댓글을 삭제한 상태인데


“이사 가기 전까지 잠깐 맡긴 거고 그전에 좋은 주인 만나면 보낸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좋은 주인 만나서 잘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근황에 대해 집착하냐”는 식이었다.


그전에 좋은 주인을 만나면 보낸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는 건 잠깐 맡긴 게 아니라 버린 건데 이 간단한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시다니 아마도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모양이다. 이사 가기 전까지 잠깐 맡기는 거였으면 유기가아닌 호텔링을 해야 했던게 맞다. 그리고 지금 좋은 주인 만나서 잘 살고 있는건 본인들이 잘 해서 된게 아니라 정말 다행히도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것 뿐이다.


이 일은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어차피 법적 절차를 밟는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를 재유기한 그 입양자는 살면서 어떻게든 두고두고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유기견 보호소 특성상, 입양자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실제로 그 인터뷰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없다. 그 입양자가 오피스텔에서 강아지 3마리를 키울것이라고 생각하고 입양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 입양자는 우리를 데리러 오는 날 자기 딸과 같이 방문했고, 아이들과 합의하에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이라고 나에게 말했다.


입양하자마자 찍어 보낸 사진 속 집은 넓어보였다. 그래서 나는 부잣집에 입양갔으니 됐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안락사가 있는 보호소 특성상 안락사로부터 아이를 구하기 위해, 또 믹스견은 입양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 같다.


단 일주일을 우리와 보냈던 나도 이렇게 애가 탔는데, 실제로 입양심사를 하고 우리를 그 입양자에게 보냈던 봉사자가 느꼈을 죄책감, 그리고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 한참 사회화에 힘쓰고 사랑만 받아도 모자란 3-4개월에 이유도 모른채 주인에게 버려진 우리의 상처는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


무책임한 태도와 안일한 생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그 입양자는 꼭 그 죄를 돌려받았으면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돈욕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돈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살 수 있을 정도만 벌면 된다는 주의였는데,


동오를 입양한 뒤로는 돈을 열심히 벌고 열심히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어딨으며 완벽한 상황에서 강아지를 반려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동오 하나만은 내가 끝까지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돈과 의지 이 2가지 정도가 갖춰지면 그래도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 것 같다.


어쨌든 우리가 이제라도 행복해져서 다행이다.

이제 진짜로 행복해 아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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