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Anne Dec 21. 2022

눈(雪)과 아이들


눈이 내린다.

그리고 눈이 내린다.

창밖으로 며칠 동안 눈이 내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추운 날씨에 커튼을 쳐놓고 집안일을 한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커튼을 젖혀 거리를 내다보면, 아름다운 모습에 잠시 가만히 서 있게 된다.


아픈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많아, 일주일간 학교 문을 닫았다. 22명 정원에 6명이 나왔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 아프고 나자, 하얀 눈이 선물처럼 쌓여있었다. 갑자기, 모든 화면이 백색으로 바뀐다.

이곳은 지하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가 많지 않다. 거리의 많은 차는 지붕 위에 하얀 눈을 소복이 태워서 달린다. 눈들이 가장 먼저 눈썰매를 타며, 신나게 날아다닌다. 유치원생이나 작은 아이들을 눈썰매에 태워서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예쁘게 잘 앉아 있고, 부모들은 의 아이들에게, 어릴 적에 경험했던 겨울 추억을 대물림해주는 것 같다.





요즘은  흐린 날들이 많다. 하늘은 늘 희뿌옇다. 해를 본 지가 언제인지, 또 해를 봐도 금방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다.

그리고 또 눈이 왔다. 하늘에서 내린 모든 눈은 그대로 멈춰있다. 보송보송한 처음 내린 눈이, 도시 전체에 그대로 멈춰서 어느 곳을 밟아도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


하얀 운동장에 꽃이 폈다.

빨간 꽃, 파란 꽃, 노란 꽃들이 내는 움직임과 소리가 예쁘다. 어깨는 활짝 펴지고, 방긋 두 눈은 포개지고, 청량하고 쾌활한 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진다.

각양각색의 털모자, 방수 점퍼와 방수 바지 그리고 장갑과 부츠를 신은, 작은 모습들이 바삐 움직인다.

아이들보다도 큰 눈덩이가 여기저기서 굴러 다니고, 아이들 손에 천진한 눈사람들은 또르르, 또르르 자꾸만 만들어진다.  
선생님들은 한 편의 운동장에 모여서, 그저 추운 수다 꽃을 피운다.





일 년 내내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아니 금방 겨울이 올 것 같아서, 자동차 트렁크에 눈썰매를 고 다녔다. 이곳의 저층 아파트 앞에는 작은 동산이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 가면 눈썰매를 타는 동네 꼬마들이 환호를 지르며, 어느 방향에서든 내려온다. 도시 곳곳에는 눈썰매를 탈 언덕들이 너무나 많다.

사실 귀찮아서 그랬다는 궁색한 변명은 이제는 할 필요가 없어졌다. 머니  눈썰매를 꺼내놓는다.
신나게 바람을 가른다. 그리고 잽싸게 다시 올라와, 고 작은 발들을 동동거리며 시동을 건다.
아이들의 겨울이 예쁘게 차곡차곡 쌓여간다.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아파트 앞 동산














매거진의 이전글 비엔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