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서로 다른 맛

September.2016

by 느림주의자
MADRID, CAMPO DE CRIPTANA

사실 이번에도 비행기 표를 살 때 큰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고민의 크기가 크던 작던 항상 떠나곤 했으니까. 나는 나 자신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열흘 전, 여행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는 것도 크게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고 시도 때도 없이 떠나는 나를 봐온 가족들의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엄마는 내게 휴학하고 번 돈을 그렇게 돌아다닌다고 다 써버리면 저금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을 항상 해왔고, 그와 반대로 아빠는 보름 동안 베트남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을 출국 3일 전에 알게 됐을 때도 내게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만 건네셨고 내 옆에서 엄마의 잔소리를 말리며 내 편이 돼주셨다. 그리고 항상 내 여행에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이는 동생. 이처럼 내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항상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가곤 했었다.

_모든 게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하루에 30유로만 써야 해서 교통비도 모자랄 것 같은 내 여행이, 다녀오면 또다시 빈털터리가 될 내 여행 이후의 생활이, 스페인에서 내 짐가방을 호시탐탐 노릴 소매치기들의 도둑질이, 베드 버그가 득실댈 수도 있는 도미토리의 침대들이, 내게 여행을 결심할 때에 크게 걱정이나 고민 따위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별 걱정 없이 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날들 중이었다.


언니, 언니 스페인 갈 때 나 가방에 넣어가면 안 돼? 엄마랑 셋이 호주 여행할 때 진짜 좋았는데..’

다만 딱 한 가지 이번 여행이 신경이 쓰이는 건 떠나기 삼일 전 내방 침대에 누워있던 동생이 나를 보고 무심코 내게 건낸말이었다. 동생의 마음을 들은 그 순간 말을 어찌 이어 나가야 할지 몰라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리고 말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마음을 어찌 표현해 나가야 할지 손가락이 좀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_ 난 그 순간 미안한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나 혼자 여행을 갈 수 있을 만큼만의 능력밖에 없다. 아니 혼자 원하는 여행을 떠나기에도 항상 벅차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매번 참아오는 여행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좀처럼 나의 세상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던 동생이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같이 가자’라는 말 조차 쉽사리 건네지 못해 미안할 뿐이었다. 나는 한 번쯤 나처럼 떠나보고 싶어 하는 동생에게 무엇하나 건넬 수 없는 못난 언니였다. 표현을 잘하지 않는 내 동생이 이렇게 나에게 언니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해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능력 없는 나 자신이 쑥스럽고 그랬다.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나 홀로 아름다운 것들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져 버렸다.

동생의 한마디에 또 다른 목표가 생겨버렸다. 어느 가족의 여행기를 보거나 여행지에서 보는 형제, 자매들을 좀처럼 부러워하고는 했지만 성향이 너무 다른 동생과 여행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여행을 궁금해하는 동생의 마음을 알았으니 멀지 않은 미래에 함께 여행을 떠나야겠다. 꼭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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