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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Sep 23. 2024

솔직한 게 답이다

-허세와 포장은 하등 쓸모없다

1장 마인드 편

4

거짓말이나 허세는 결국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 지금의 상황을 솔직하게, 그냥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오히려 득이 될 때가 많다.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늘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요즘은 어떤 일 하세요? 여전히 일이 많으세요?"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뭐라고 대답하는 게 좋을까?' 순간 갈등하곤 합니다. 일이 없다고 하면 왠지 능력이 없는 것 같고, 일이 많다고 괜히 허세 부리다가 기껏 온 의뢰를 날려버리면 어쩌나 무서워서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중간선을 탔어요. "뭐, 맨날 비슷하죠. 소소한 일들은 있는데, 많이 바쁘진 않아요"라고 여지를 남기는 식이었죠. 일이 없진 않지만 일을 준다면 할 수 있다, 는 의사표현을 한 겁니다. 일종의 '애매한 표현+돌려 말하기' 전법이었는데,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클라이언트에겐 꽤나 효과적인 전략이었어요. 


그러나 오랜 기간 함께해 온 친밀한 클라이언트에겐 현재의 상황을 그냥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하곤 합니다.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요새 일이 많아서 쉴 틈이 없네요"라고 얘기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요새 저 일 없어서 놀고 있어요. 일 좀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거죠. 그래야 클라이언트의 반응도 솔직해지거든요. '바빠도 이 일은 꼭 해주면 좋겠다'라든가, '한가하다니 잘 됐다. 이번 프로젝트 같이 하자'라든가. 어느 쪽이든 제가 손해 볼 일은 없는 거죠.




원고 진척 사항에 대한 질문 역시 솔직한 게 답일 때가 많습니다. 저란 사람은 마감 시한이 임박해야만 글을 쓰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는 터라, 클라이언트가 "원고는 언제 주시나요?"라고 묻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머릿속이 하얘지곤 해요(원고는 쓰지도 않고 스트레스만 받는 거죠). 클라이언트에게 원고 독촉 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에도 이런 증상은 사라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클라이언트 눈치 보느라 실현 가능성이 '1'도 없는 마감일을 얘기했다가 '피를 보는' 일이 종종 있었답니다. 쉬엄쉬엄 해도 될 일을 밤샘 작업하며 뼈를 갈아 넣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거죠. 그렇게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클라이언트에게 마감 시한을 얘기할 땐 솔직하게(원래 생각보다 좀 더 넉넉하게 늘려서) 말하는 스킬을 구사하게 됐습니다. 그래야 작업 시간도 충분히 확보하고, 마감 일정도 지킬 수 있으니까요. 


'되는 된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괜히 것처럼 얘기했다가 막판에 어그러지면 내가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수도 있어요. 어떤 일이든 책임의 한계를 명확하게 구분해 주는 건 꼭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클라이언트에게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는 거죠.




글 역시 허세나 포장, 지나친 미사여구는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글은 솔직하고 간결한 게 제일이에요(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룰이죠). 저 역시 글을 쓸 때마다 '솔직하고 간결하게 쓰자'라고 다짐하지만, 지키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스스로의 모자람과 부족함을 어떻게든 채워 넣으려고 애쓰다 보면 글의 포장이 점점 화려해지거든요. 내가 말하려고 했던 게 뭔지,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수식어가 많아지고 문장이 길어지는 걸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경우든 솔직하고 용기 있게 나를, 그리고 나의 상황을 드러내고, 이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 그게 바로 모든 문제의 해답입니다.  




*일요일, 수요일 업데이트하겠다 공언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요즘 좀 슬럼프라 우울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요. 내가 이 글을 쓴다 한들 과연 읽는 사람이 있을까,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나 할까, 뭐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다 보니 글 쓰기를 자꾸만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런 생각들에 잠식되다 보니 나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 같고, 스스로가 싫어지고, 종내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고요. 오늘에서야 간신히 이 끝도 없는 무기력 상태에서 기어 올라와 짧은 글이나마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는 업뎃 지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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