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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Sep 25. 2024

돈이 전부는 아니다

-때론 돈보다 재미를 따라가자

1장 마인드 편

5

돈은 이 일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돈을 많이 주는 일은 그만큼 까다롭고 난도가 높다는 걸 의미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매번 돈만 따라다녔다가는 몸과 맘이 피폐해지기 십상이다. 가끔은 마음 가는 대로, 재미난 일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고스트라이터가 클라이언트의 의뢰 없이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라고 해서, 들어오는 모든 의뢰를 수락하는 건 아닙니다. 고스트라이터에게도 엄연히 시간의 한계, 능력의 한계가 존재하니까요. 만약 새로 들어온 일이 기존에 하고 있던 일과 일정이 딱 겹친다면, 그 일은 눈물을 머금고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이 똑같은 2개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둘 다 최상의 퀄리티를 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미 3~4개의 일을 동시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젝트별로 일정을 세분화해 시간차 공격(?)을 한다고 해도 모든 일을 다 잘 해낼 순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무리 아쉬워도 거절하는 게 클라이언트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물론 예외도 존재합니다. 첫 번째 예외 조건은 바로 '돈'이에요. 돈을 많이 주는 일은 아무래도 한 번 더 고심하게 됩니다. 일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라도 기존에 받던 페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제시받으면 '좋아요, 제가 할게요'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저만 그런 건 아니죠?^^;;). '내가 NO 하더라도 누군가 그 일을 하게 될 텐데 놓치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괜히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반대로 '내가 이 일을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 많이 주는 일이 쉬운 일일 리 없으니까요. 하지만 일이 끝난 후 주어지는 '달콤한 보상(돈)'은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게 만듭니다.


두 번째 예외 조건은 바로 '사람'입니다. 마감 일정이 겹쳐도, 하고 있는 일이 많아도, 페이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친한 선후배나 클라이언트가 부탁하는 일은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습니다. 이 일의 대부분은 그동안 쌓아온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엮이기 때문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이 새로운 일,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소개해 주는 식이죠. 이 경우 돈은 차후의 문제입니다. 친밀한 사이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까요. 



   

가끔은 '돈'이나 '사람'보다 '재미'를 따르기도 합니다. '돈'에 상관없이 일의 '재미'에 올인하는 거죠. 대표적인 케이스가 인터뷰입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가장 재미있어하는 일입니다. 페이는 지극히 적은 수준이지만, 유명한 인터뷰이를 만날 때의 즐거움은 페이에 대한 불만을 상쇄하기에 충분하고, 종내는 배움과 깨달음까지 줍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잡지 기자 시절 만났던 가수 겸 배우 김창완 님이에요. 당시 김창완 님은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권력지향형 인간의 전형인 부원장 우용길 역을 맡아 많은 인기를 누렸는데요, "작품 선정 기준이 뭐냐?"라고 묻는 저에게 이런 취지의 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선정 기준은 따로 없다. 그냥 들어오는 순서대로 한다. 어떤 작품이든 나에게 제안을 해올 때는 제안한 쪽이 나보다 훨씬 더 심사숙고했을 텐데, 그들의 판단에 굳이 내 판단까지 덧붙여 어지럽게 만들고 싶지 않다." 


출연료나 작가, 연출자가 아니라 제안온 순서가 기준이라니... 저는 이 얘길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정말 명쾌한 기준이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기준이라면 서로 오해할 일도, 불편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경우든 자신만의 분명한 기준은 필요하다'라고 말이에요. 


'돈'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돈'이 전부가 될 순 없어요. '사람과의 관계'도, 또 '재미'도 놓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니까요. 그러니 제가 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돈', '사람', 때때로 '재미'인 걸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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