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혜정 Sep 29. 2024

자기 객관화는 중요하다

-수시로 나를 분석하자

1장 마인드 편

6

나를 잘 아는 건 중요하다.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어떤 게 부족한지 알아야 나에게 맞는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 돈이 된다고 아무 일이나 맡는 건 내 가치만 낮출 뿐이다.


(그다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소설가 이인화가 오래전 냈던 책 중에 이런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아마 이 질문에 '난 내가 누구인지 잘 알아'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평생토록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일 테니까요. 저 같은 경우 제 안에 존재하는 모순들 때문에 가끔씩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전 지극히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두려워하진 않아요. 하기 싫은 일은 끝까지 미루고 회피하지만 결국은 해내고요. 평소 '난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알고 보면 호불호가 명확해요. 혼자서 잘 노는 편이지만 가끔은 외롭고 쓸쓸해서 끝 간 데 없이 우울해지고요. 먹고 싶은 게 한가득이다가도 막상 그 음식을 앞에 두면 반도 못 먹고 남길 때가 많아요. 기분이 좋을 땐 '난 뭐든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가도 우울해지면 '난 왜 이 모양일까?'라고 자책하며 수시로 좌절하죠. 이런 내 안의 모순들은 나의 불안을 더욱 깊어지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일에 관한 한 좀 달라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잘할 수 없는 일을 명확하게 알고 있거든요. 클라이언트의 의뢰에 'YES'를 할지 'NO'를 할지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나의 한계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알게 된 건데, 저는 책(프로젝트)을 기획할 순 있지만 기획력이 뛰어나진 않아요.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떨어지고요(낯을 많이 가리는 성향이라 말도 잘 못하고 자신감도 없어요). 경쟁 PT에서 일을 수주하기엔 부족한 실력인 거죠. 그래서 업계의 친한 지인이 아무리 '같이 작업하자' 플러팅을 날려도 경쟁 PT에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일을 수주하면 다행이지만, 수주하지 못할 경우 '나 때문인가? 내가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건 아닌가?'라고 자책하게 되는 게 싫거든요. 


반대로 책 편집은 잘할 순 있지만, 귀찮아서 하지 않습니다. 편집은 책 제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관장하는 일이라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할 일도 하나둘이 아닙니다. 필자(저자)와 사진가, 디자이너, 교정자 등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을 섭외해 수시로 연락하면서 책의 방향을 조율하고 전체적인 책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데다,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고 난 후에는 인쇄감리까지 책임져야 하니까요(직장 다닐 땐 이 모든 일을 매달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ㅠ.ㅠ). 노력 대비 받는 돈이 얼마 안돼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도 웬만해선 편집일을 맡지 않는 이유입니다.


덕분에 요즘은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잘할 수 있고, 돈도 적당히 벌 수 있고, 재미도 있는 일이라서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몇 번이고 글을 수정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것도 하다 보면 할 만해집니다. 저는 초고를 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수정 작업은 금세 하는 편이거든요. 또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 뿐, 막상 일을 시작하면 글 쓰는 속도가 빨라요(제가 마감 기한이 다 돼서야 글을 쓰는 나쁜 습관이 든 건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일에 진입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마감 집중력은 아주 높은 편인 거죠.

   



이런 나만의 일 패턴을 알게 되기까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어요. 수 차례의 실패로 인한 자책과 자존감 하락도 경험했고요. 그때마다 뭐가 실패의 원인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 '혹시 이 일이 나와 잘 맞지 않았던 건 아닐까?', '내가 잘하는 건 뭐고 못하는 건 뭘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답이 안 나올 때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해답을 찾아 나갔습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못하는 것은 과감히 포기한 거죠. 그러자 불안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일의 능률도 오르더군요.


 나를, 그리고 나의 역량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중요합니다. 내 능력이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걸 인정하는 게 쉽진 않지만, 스스로를 수시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객관화해야 좀 더 나은 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고스트라이터 역시 선택받기 위해선 선택받을 만한 자질을 갖춰야 해요. 꾸준한 자기 계발과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전 06화 돈이 전부는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