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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Apr 30. 2019

정신병동을 퇴원하는 이유

썸 바디 헬프 미

 드디어 퇴원 얘기가 나왔다. 입원한 지 다섯 달 하고도 반이 지나고 나서야 어렵게 나온 퇴원 얘기였다. 주치의 선생님은 소견서만 있으면 더 입원시킬 수도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제 퇴원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도 하셨다. 퇴원은 이주 뒤, 입원한 지 육 개월이 되는 날로 정해졌다. 

주변 사람들과 집에도 퇴원 사실을 얘기했다. 모두가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세 살 터울의 오빠가 물었다.


 “너 포기한 거 아니야?”


 주치의 선생님은 항상 내게 포기할 수 없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퇴원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무엇을 하고 지내야 할지, 살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걱정에 차라리 병원에 있는 것이 낫지 않나 싶기도 했다. 여기서는 보호받을 수 있으니까. 내게 필요한 것은 나를 보호해 줄 무언가였다.


 “무엇을 보고 퇴원을 얘기하신 건가요?”


 내가 주치의 선생님께 물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다며 웃으며 대답을 해 주셨다.


 “처음 입원했을 때, 날 선 모습이 부드러워졌어요.
자신도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처음 입원때를 생각해보면 많은 것이 나아졌음은 확실했다. 나는 더이상 고흐가 그림을 그린다는 말도, 창문에서 뛰어내리면 날 수 있을거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죽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아진걸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는 솔직한 마음을 얘기했다.


 “저는 사실 자신이 없어요. 나갈 자신이요.”
 “수연 씨께 많은 것을 바라진 않아요.
다만 어렵게 얻은 자유를 조금 더 즐기셔야죠.
또 병원에 오시면 안 되잖아요.”



 자유, 정신병원 입원 생활에 자유란 없었다. 의사의 오더 없이는 문 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는 곳. 짧은 산책조차 나갈 수 없는 곳.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조차 정해져 있는 곳. 자유라는 말을 들으니 조금은 밖깥 생활에 욕심이 났다.

 그 말을 들을 때는, 퇴원한다는 사실이 기뻤다. 드디어 이곳을 나가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병원 생활이 익숙했지만 답답한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혼자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고 싶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싶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정도였다.


 퇴원을 앞두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차모임이었다. 모두 모여 차를 마시며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자리에 앉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간호사님은 내가 곧 퇴원이라며 축하의 말을 한마디씩 하자고 하셨다


 “다시 들어오지 마요.”
 “이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 내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넸다. 나 역시 퇴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퇴원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퇴원하는 많은 환자분을 뵙고 얘기를 해봐도 모두가 퇴원을 좋아하면서도 불안해했다. 나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에 들어오는 예도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걸까. 너무 병원에 익숙해진 걸까. 아니면 아직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뜻인 걸까.

 불안감에 면담을 오신 주치의 선생님께 물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퇴원 전에 그 걱정을 해요.
그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  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 새기며 마음에 옷을 껴입었다. 이제 나는 보호가 없는 세상으로 나설 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젠가는 해야하는 일이었고 해내야 하는 일. 이제 이 주. 이 주 조차 남지 않았다.






작가 이수연


*우울한 당신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글을 씁니다.*

*북 토크, 스피치 등 문의는 제안하기로 연락 주세요."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작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20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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