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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때에도 나, 지금도 나

그래도 여전히 나는,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by 꽃하늘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던 난,

1학년 입학 후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려 지내고 싶었지만

먼저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병설 유치원을 졸업하고 올라온 친구들은

공간만 바뀌었을 뿐,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나는 선뜻 다가갈 용기가 없었고,

모든 게 부끄러웠다.


선생님께 말을 거는 것도,

앞에 나가 발표하는 것도,

친구들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발표도 자신 있게 하게 되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지만

선뜻 말 걸기를 어려워하던 8살의 모습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주어진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다시 8살로 돌아가

그 활동들을 배우게 된다 해도,

그 시기의 나는 그것들을 감당하기 버거웠을 것 같다.


나는 먼저 주변을 살피고,

내 안의 목소리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시간이 꽤 흐른 후에야 겨우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아이였다.


어쩌면 지금은

외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익혀온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내 안엔 부끄러움이 많던 8살 아이가 남아 있다.


그래서 난,

오래된 신발이 편하고

오랜 친구가 좋고

옛사람이 그립고

오래된 옷이 좋다.


IMG_4309.jpg 시가 피어나는 곳, 나태주 풀꽃문학관 (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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