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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 콩나물이 자라던 방

by 꽃하늘

쌀쌀한 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나물이 있다.


콩나물.


그때는 지금처럼

마트에서 언제든 신선한 채소를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다.

겨울이 되면 채소값이 오르고,

시골이나 도시 어디에서나

콩나물 키우기는 아주 흔한 풍경이었다.


집안의 작은 주전자나 찜통에

노란 콩을 담아

어두운 방 한쪽에 두었다.

햇빛을 가려야 하니까 윗면에

신문지나 헝겊을 덮었다.


할머니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잤을 때,

난 여덟 살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한 장면만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할머니는

자기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하루 두세 번 미지근한 물을 부어주며

콩나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살폈다.


물줄기 소리,

습한 공기,

그리고 은은한 콩 냄새.


할머니와 내가 자는 방의 겨울의 냄새였다.


IMG_5855.jpg 따뜻한 밥 한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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