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심연 도피
그렇게 쳇바퀴를 도는 모습, 그들은 진부한 일상에 함몰되어 있었고, 더 높은 진리에 대해 숙고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우월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향수에 잠겼다. 그러다가 고아가 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했다. 추운 밤에 뒤쪽 텃밭에서 감자 한두 개를 훔치다가 안락한 가족생활 모습을 들여다보는 맨발의 부랑아. 나는 이런 애처로운 시나리오로 스스로 괴롭히다가, 서둘러 창을 다시 닫아버리곤 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어딘가에서 방향을 틀 기회를 놓쳤다면, 그래서 나의 미래를 놓쳤다면? 그것은 무서울 정도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내 앞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중요한 주제에 관해 심각한 생각을 하는 밤의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