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놀 것인가!

아라이 료지, 《오늘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by 강이랑

<그림책 한번 읽어볼까?>

아라이 료지의 《오늘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여기, 일상이 놀이 곰돌이가 있다.

인형이다.

빨간 모자를 쓰고 빨간 넥타이를 한 곰인형 곰돌이는 어느 날, 저 깊고 깊은 숲 속 마을에 사는 진짜 곰 곰곰이한테 초대를 받는다. 보름달이 뜨면 놀러 오라는 편지다. 편지를 받은 곰돌이는 너무나 기뻐서 날아오를 것만 같다.


그러자 가는 길 내내 행운이 함께 한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버스를 태워주시질 않나, 친구네 집으로 가는 케이블카 누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눈으로 곰돌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아주 친절하게 안내해주질 않나, 빵집 아저씨는 맛있는 도넛을 그냥 먹으라고 건네주고, 작은 전등까지 그냥 쓰라고 빌려준다.


아라이 료지의 《오늘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의 도넛 장면

도넛 가게 아저씨가 준 작은 전등 덕분에 곰돌이는 한밤중에도 험한 산등성이를 성큼성큼 올라 보름달이 환하게 뜬 달 밝은 날에 열리는 진짜 곰들의 잔치에 함께 한다. 흥겨운 음악과 춤, 맛있는 식사, 곰돌이는 엄청난 귀빈 대우를 받는다.


식사를 마치자 산에서 나무 열매를 따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진짜 곰의 삶도 들려준다. 어쩌면 진짜 곰들에게는 이 모습이 일상이고 잔치는 보름에만 열리는 특별한 날인지도 모른다.


한참을 놀고 나서,
놀고 싶으면 또 오라고 그랬어.
진짜로, 오늘은 참 좋은 날이었어.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



아라이 료지 《오늘도 재미있게 놀았습니다》에는 정말이지 신나고 특별한 하루를 보낸 곰인형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림책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이 그림책에는 표지를 열고 바로 다음 페이지인 면지에 아래와 같은 네 컷 <만화 일기>가 실려 있다.



아침으로 연어 주먹밥을 먹고 공을 차며 놀다가, 점심때 카레를 먹고 노천 물웅덩이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다가, 간식으로 떡을 먹고 연을 날리며 놀다가, 저녁에는 진짜 맛있는 걸 먹고 책을 읽다가 잤다고 말한다. 책은 자신이 만든 <곰돌이 일기>이다. 아아, 곰돌이가 저녁에 먹은 “진짜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면지의 <곰돌이 일기>를 보면 곰돌이는 하루 종일 혼자서 놀고 혼자서 잠이 든다. 어쩌면 곰돌이에게는 이 모습이 일상일 수도 있다. 이런 곰돌이에게 숲 속에 사는 진짜 곰이 편지를 보내 초대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그리고 맨 뒷장 면지를 보면 빈칸으로 된 <만화 일기>가 있다.


옳거니, 좋다. 그렇다면 나도 <만화 일기>를 써봐야지. 그래서 그렸다.


내가 그린 <만화 일기>


그림책 덕분에 오늘 나는 잘 놀았다. 이따 저녁에 산책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진짜로 맥주를 사 와서 마실 것이다. 유리잔 한가득 따라 꿀 거품을 만들어 마실 것이다.


곰돌이는 오늘은 참 좋은 날이었다며 내일 또 놀자고 말한다.

이렇게 밝은 기운으로 오늘을 잘 놀고, 내일 또 놀자고 말하는 곰돌이가 너무 기특하다. 정말이지 인형이지만 심성이 맑고 밝은 아이다. 인형이라 심성이 맑고 고운 것일까? 나는 오늘 아라이 료지의 그림책 캐릭터 곰돌이 덕분에 놀았다. 이제 일해야 하는데, 아니 아니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 정신 차리고 일하련다.


어쩌면 한 사람 안에 곰돌이 인형으로 상징되는 치유의 시간과 진짜 곰으로 상징되는 먹고사는 문제가 서로 융합되고 합일되는 모습을 그림책은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거나 날이면 날마다 융합되는 것은 아니며 일상 속에서 치유와 통합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한밤중에 험난한 산등성이를 넘고 넘어야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곰인형의 시간에서 진짜 곰의 시간으로의 이행이 순탄하지 않은 나는 이 그림책을 보며 묘한 위로를 얻는다. 어찌 되었든 간에 오늘까지는 곰인형 곰돌이로 살고, 내일은 진짜 곰 곰곰이네 가족처럼 그렇게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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