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기를 짊어지고 향하는 곳, 그리고 그 무게감
하루와 하루 사이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베트남 오지에 사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집을 짓고 가축을 키우고 논밭을 일궈 농작물을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은 그냥 유튜브로 보기만 하는데도 존경심이 생긴다.
베트남 오지의 젊은 엄마는 산속으로 들어가 바나나 꽃을 따고, 죽순을 캐서 망태기에 담고, 밭에서 키운 양배추와 가지, 토마토를 담아 길거리 시장에 내다 팔고는 딸아이의 옷이나 생필품 등을 구입해 오곤 한다.
우리나라 다큐멘터리도 많이 본다. 망태기를 들고 각종 진귀한 나물과 고사리, 버섯을 따거나 밤을 주워 장에 내다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내게도 망태기가 있다. 내게는 책을 넣을 수 있는 배낭이나 가방이 망태기다.
나는 나의 망태기를 메고 베트남 오지의 젊은 엄마나 우리나라 할머니가 산속을 향하듯 산자락 아래에 있는 공공 도서관으로 향한다. 내게는 도서관이 수많은 약초와 나무뿌리와 열매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진귀한 버섯을 따고 죽순을 캐듯 그림책과 동화책을 찾아 빌려온다.
베트남의 젊은 엄마도 우리나라의 할머니도 자신이 캐고 딴 약초와 열매를 자신의 망태기에 담아 짊어지고 집으로, 다시 시장으로 짊어지고 간다. 나도 그렇다. 그래도 나는 전철을 타고 오고 간다. 베트남의 엄마는 그 무거운 망태기를 들고 자기 발로 시장까지 가, 많은 물품을 사들고 다시 돌아온다. 그래도 힘든 내색도 하나 안 한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너무 힘들다. 며칠 전이었다. 독서 코칭을 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고 있는 한 학생이 좀 있으면 자신의 생일이라고 알려주었다. 다음주가 생일이지만 설날이 끼어 쉬는 주여서 나는 미리 생일 카드를 건네줄 참이었다.
아이들을 만나러 작은 도서관으로 향하는 당일 아침, 예닐곱 권의 동화책과 그림책을 넣은 나의 망태기 배낭이 평소와 달리 너무나 무겁다. 나는 좀 망설이다 시리즈로 된 책 1, 2권 두 권 중에 하나는 뺀다. 이 책들은 앞으로 있을 <작가와의 만남> 선생님 책이어서 미리 소개할 참이었다. 오늘 굳이 안 가져가도 될 책인데, 시리즈를 두 권이나 짊어지고 갈 필요는 없겠지. 한 권만 뺐는데도 훨씬 가볍다.
도착해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생일을 맞이한 아이가 1번으로 도착했다. 나는 “생일 카드 써왔어.” 하면서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카드가 없다. 카드가 구겨지지 않도록 책갈피에 넣어놓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하필이면, 꼭 빼놓고 온 그 책 속에 카드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굳이 굳이 그 책 속에 넣어둔 걸, 굳이 굳이 그 책을 빼놓고 온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생각보다 무게가 더 벅차서.
망태기를 들고, 공공 도서관으로, 집으로, 다시 작은 도서관으로, 또는 강좌가 있는 서점으로, 다시 집으로 오고 가며 나는 힘이 생기고 근력이 생긴 것이 아니라, 꾀만 늘었나 보다. 그 잔머리가, 그 회피가 결국 이런 결말을 안겨주었다.
이상과 현실이 이렇게 다르다. 한계에 직면해 몸을 사리고 꾀만 늘어나는 나의 허술하고 허점 투성이인 하루가 이렇게 또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