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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Jan 23. 2024

수목원 안 도서관


우리 동네에는 친환경 수목원이 있다. 규모는 큰 편은 아닌데 바로 옆 운치있는 철길, 물닭이 있는 저수지, 아담한 온실 식물원, 뒤쪽으로 우거진 산이 함께 하며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틈만 나면 혼자서도 잘 가지만 멀리서 친구들이 왔을 때에도 자랑스럽게 안내하는 곳 중 하나이다.


언제부터인가 수목원 안 산자락 아래에 신축 공사가 시작되었다. 안내를 보니 도서관이 들어설 거라고 쓰여있었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그때는 수목원 안에 왜 굳이 도서관일까? 수목원 경관을 해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솔직히 했다. 재작년 말에 도서관이 개관해 수목원을 갈 때마다 들리곤 했는데, 회원증을 만드는 걸 차일피일 미뤘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


별 탈 없이 언제든 내가 빌리고 싶을 때 잘 이용할 줄 알았던 서울시 공공도서관 중에서 용산도서관에서는 40일 정지를 당하고, 가까운 동네 도서관은 보수공사 중이고, 내가 일하러 가는 작은 도서관은 방학중이고, 자주 이용하던 남산도서관 마저 연초에 예정되었던 독서모임이 한 주 미뤄져 연체를 하는 바람에 그 어디고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리겠지만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도서관을 목표로 수목원을 향한다.

여태껏 내 발길이 그 길로 향한 것은 어디까지나 수목원이 목표였지 도서관이 아니었다.

 

수목원으로 들어서자 도서관으로 직행해 일사천리로 회원증을 만들었다. 원하는 도서 세 권 중 지금 바로 필요한 책 한 권이 비치되어 있었다. 따스한 조명 아래 도서관 실내는 온기가 흘렀고, 활기가 넘쳤다.


수목원 안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대출을 한 날 대만족한 난 도서관을 나와  바로 옆 장미정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겨울 진눈깨비가 날리고, 가랑비가 날렸다. 비가 흩뿌리자 수목원을 산책 중이던 사람들의 발길이 한 명 두 명 도서관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모름지기 한겨울에는 모두 사랑방에 모여 앉아 겨울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게 최고다. 한 번도 생각을 못 해봤는데 겨울철 수목원에서 도서관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수목원 안에 도서관이 생기고, 책까지 빌렸으니 내가 수목원을 찾는 빈도는 더 늘어나겠지. 어쩌면 도서관을 가기 위해 수목원을 갈 수도 있겠지. 수목원 안에 한창 도서관 건립 공사가 진행될 때는 이러쿵저러쿵 옹알거려놓고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도움을 받자 금세 태세 전환하는 내가 있다. 손바닥 뒤집기가 도서관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목원 가는 길
수목원 옆 철길
수목원 안 도서관 정경
겨울철 한파 대비에 들어간 장미정원
겨울나무
저수지를 헤엄치는 물닭
온실 식물원에 핀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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