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히다

사노 요코, 『나는 고양이라고!』(이선아 옮김, 시공주니어, 2004)

by 강이랑

<그림책 한번 읽어볼까?>

사노 요코의 『나는 고양이라고!』


『나는 고양이라고!』에서는 단독자의 삶을 사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나온다. 어느 날 고양이는 모자를 쓰고 멜빵바지를 입고 산책을 나간다.


『나는 고양이라고!』에서의 주인공 고양이는 고등어를 좋아한다. 고양이는 낮에도 고등어를 먹었지만 저녁에도 먹고 싶고 그 생각에 숲 속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양이 머릿속에는 온통 고등어 먹을 생각으로 꽉 차 있고 그의 내면마저 지배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애착하는 고등어의 역습을 받게 된다.


고등어를 편식하던 고양이는 자신의 생각에 잠식당하며, 스스로 자초한 이미지로 인해 엄청난 공포 체험을 하게 된다. 즉 자기 자신이 좋아하던 것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불러온 이미지에 스스로가 구덩이를 만들고 그 속에 빠지고 만다. 이 모든 이야기는 고양이가 산책을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펼쳐진다. 견고하고 무탈한 것 같았던 일상이 순식간에 공포 체험의 장으로 뒤바뀌는 순간이다.



“네가 고등어를 먹었지!”

고등어들이 고운 목소리로 노래했어요.(『나는 고양이라고!』)


고등어는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며 고양이를 쫓아온다. 엄청나게 떼를 지어 바다가 아닌 숲 속 한복판으로 불쑥 나타나 성난 목소리가 아닌 고운 목소리로 쫓아와서 더 오싹하고 공포스럽다.


고양이는 갑자기 나타나 자기를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고등어를 피해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 도망치기 시작한다. 우리는 너무 무서울 때 얼굴을 가리거나 눈을 감곤 하는데, 공포에 질린 고양이는 너무 무서워 두 눈을 질끈 감고 달아난다.


고양이가 두 눈을 감고 도망치는 장면을 묘사한 이미지는 온통 새카맣게 칠해진다. 그림책에서는 이 장면이 두 장면이나 나온다. 한 번은 숲에서 시내로, 또 한 번은 시내 영화관에서 숲으로 도망칠 때 등장한다.


『나는 고양이라고!』에서 고양이는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나는 고양이라고!’를 되뇐다. 여기서 고양이가 외치는 ‘나는 고양이라고!’는 때로는 오만한 모습으로, 때로는 자기 긍정의 모습으로, 때로는 체념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중의성을 띤다. 『나는 고양이라고!』에서의 고양이는 스스로가 파 스스로가 빠진 구덩이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시 스스로를 북돋으며 고무한다.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다시 도망치다시피 들어온 숲 속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나무를 보고, 새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것을 인식하며, 자신에게만 몰입되었던 생각에서 벗어나 자연계의 주위를 살피고 둘러보면서 본래의 평정심을 되찾는다. 『나는 고양이라고!』의 고양이가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인식하는 이 모습이 진정한 소생의 순간이 된다.


고양이는 다시금 자기 긍정을 회복하고, 원래 좋아하던 것을 다시 누리게 된다. 공포를 극복하고 자신의 본성을 되살려 다시 고등어를 즐기는 기개가 놀랍다.


『나는 고양이라고!』는 삶이 계속되는 한 다시 되풀이되는 일상을 담았다. 고양이는 또다시 고등어를 편식하며 고등어로 상징되는 섭식과 산책으로 상징되는 운동을 지속하며 다시 자신의 일상의 삶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또다시 고등어의 역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지금처럼 똑같이 대응하거나 어쩌면 한번 겪었기 때문에 덜 공포스럽고, 더 적절한 대응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고양이라고!』를 내면세계로 가져왔을 때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어머니로 상징되는 숲 속 공간과 아내로 상징되는 시내의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이동하며, 자신 안에 내재한 아니마(여성성)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도 읽을 수 있다. 어찌 되었던 『나는 고양이라고!』는 어떤 변화나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되풀이되는 지금 일상의 모습이다. 지금 삶의 모습이다.


*이 글은 김영순, 「그림책 속 고양이, 우리 삶을 말하다」(『boon 즐거운 일본 문화, 분 28』, RHK 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2019)를 토대로 다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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