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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유 Oct 27. 2022

달리면서 울어 _ 2. 지진

2. 지진

 모래알을 던지던 누군가는 머지않아 그 짓을 멈추었다. 달리는 아마 그것은 사슴벌레나 풍뎅이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모래알을 던지는 지는 확인 된 바가 없으나 피곤한 달리는 아마 그렇겠지라고 대충 생각을 끼워 맞추며 다시 몸을 뉘였다. 드디어 잠이 오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면 맑고 환한 하늘이 나를 반겨주었으면..’     


 달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이루어지기 힘든 기대라는 걸 달리는 알고 있었다. 곧 달리는 자신이 꺼질 것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쩌다가 이 어둠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이 현재 불행하다는 것이었다. 현재가 불행한 건 불행한 일을 겪어 왔을 것이고 달리는 자신이 꺼져가는 마당에 굳이 그 불행한 일들을 기억해내고 싶지 않았다. 그저 막연한 기대만. 그것만을 하며 달리는 잠에 들었다.   

   

‘드드드..!! 드드드드드드드!!!!’      


 괴상한 소리가 달리를 깨웠다. 달리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어둠 속 사방은 고요했으나 달리는 소리의 근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지진이다.’          


 모래알 소리는 누군가 사슴벌레나 풍뎅이가 던진 것이 아닌 동굴의 안에서, 동굴 위에서 튕기거나 떨어진 모래알들이 내는 소리였던 것이라고 달리는 생각했다. 달리는 곧 자신이 꺼질 테지만 동굴에 바위에 깔려 고통을 겪고 싶진 않았다. 달리는 무거운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서고는 어딘지 모를 출구를 찾아 고개를 겨우 돌려 살폈다. 아까 봤던 인공위성 불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사방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여기야 달리.’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보다 먼 곳에서 소리가 들려 ‘여기야’라고 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자신에게 길을 찾아주려 하는 말임은 확실한 것임을 달리는 느꼈다.    

  

‘거기가 어딘데요? 네? 어디에요?’      


 마음이 급해진 달리는 소리에게 물었지만 소리는 야속히도 달리에게 대답을 주지 않았다.  달리는 일단 굳은 다리를 애써 움직이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색했던 발걸음은 점점 풀렸고, 달리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어둠 속이었기에 어디로 걷는지도 몰랐지만 달리는 어서 이 어둠을 나가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달리가 있는 곳이 동굴인지 확실하지도 않았다. 더불어 지진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달리는 막연한 죽음의 공포를 느꼈고, 살기 위해선 어떻게든 어둠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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