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의 원동력
'쓰자, 써...' 침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등짝을 죽을 힘을 다해 떼어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한 달 간 브런치에 매일 글을 써 보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피곤하니까, 몸이 아프니까. 쓰지 않을 핑계는 많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는 건 이제 좀 그만하자는 마음이다.
밤 11시 11분. 24시간 짜리 하루가 새로 세팅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49분.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지금 일어나서 써도 12시 안에 못 써. 누가 내 다짐을 알거야. 오늘은 넘어가자.'
11시 13분. '아까 병원에서 잠시 머릿속에 스친 생각이 있었는데...그걸 써 볼까? 대충이라도...써 봐?' 마음 한 구석에 파동이 일었다. '매일 쓰기로 했잖아! 오늘이 삼일짼데, 안쓸거야? 작심삼일도 안할거냐고!'
물 머금은 솜마냥 침대속으로 푹 꺼지던 몸을 말 그대로 침대에서 떼어냈다. 잠시라도 지체하면 다시 누워버릴까 그대로 방문을 박차고 나와 노트북을 열었다. 12시가 마감이다 생각하고 글을 썼다. 11시 54분. 글 한 편을 발행했다.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생각보다 많이.
글을 쓴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눌러주는 라이킷 하나가 그렇게나 좋다. 내 생각에 공감해 주는 것 같아서. 라이킷 하나에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던 시간은 벌써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글을 자꾸 써야 글감도 눈에 들어오는 거라고 어느 작가님이 그러셨다. 그 말이 맞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그저 무색무취로 흘러가던 일상이 글을 써야겠다 마음 먹으면 달리 보인다. 달리 보이는 데서 끝나면 글이 아니다. 펜으로 쓰든 모니터 화면에 타이핑을 하든 포착된 글감을 눈에 보이는 글자로 써 내려가야 글이다.
오늘도 무엇을 쓰나 고심하다 고심하는 내 모습 자체로 글감이다 싶었다. 어제의 글쓰기 상황을 묘사해보니 하나의 글이 되었다. 더불어 작심삼일의 허들도 넘었다. 오늘부터 다시 1일이다. 또 이틀을 내리 쓰면 작심삼일이 두 번 쌓이는 거다. 그렇게 나는 작심삼일 달리기의 아이콘이 되어볼까 한다. 고작 3일, 또 3일 이어서 써 려가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연이어 작심삼일의 허들을 넘을 때 마다 나는 점점 가벼워지는 신발을 신고 달리는 기분이다. 장애물을 펄쩍 건너뛰는 것은 물론이고 평지에서는 더욱 속도가 난다.
이러니 작심삼일 글쓰기를 안 할 이유가 있나. 쓰면 쓸수록 글쓰기의 장벽은 낮아지고 글은 점점 좋아질거라 기대해 본다. 어렵사리 침대에서 떼어낸 등짝이 민망하지 않도록 오늘도 모니터 앞에 앉아 의자에 등을 기댄채 곧게 편다. 바로 이 등짝이 작심삼일의 원동력이다! 속으로 외치며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