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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Mar 22. 2022

공동구매 업체가 잘하는 거 맞나요?

입주를 앞둔 아파트에서 공동구매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하기 전에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가장 기본적인 '이삿짐센터 예약'부터 시작해서 청소, 줄눈, 새집증후군, 중문, 커튼 등 다양한 시공을 해야 하는데 일일이 찾아보려니 시간도 많이 들고 내가 찾은 업체들이 좋은 업체일 거라는 장담도 없다.

대단지 입주아파트에는 이런 집이 한집이 아니라 입주를 앞둔 수백 가구가 똑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그런데 예비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시중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A/S 걱정까지 없는 잘하는 업체들만을 선정해서 공동구매 박람회를 한다고 한다.

거기다 그 업체들은 아파트 발전기금 명목으로 아파트를 위해 선물도 해준다 하고 박람회에서 예약한 고객들에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경품의 기회까지 주어진다고 하니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는 행사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이런 박람회에 방문해서 시공 품목들을 예약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처음으로 새 아파트 입주를 하는 고객들은 높은 신뢰도로 박람회에 가서 다양한 상품들을 계약한다.

하지만 새 아파트 입주를 여러 번 한 고객들 사이에선 공동구매 박람회에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분명히 잘한다고 해서, 시중가보다 저렴하다고 해서 공동구매 업체에 다양한 시공을 맡기고, 상품을 구매했는데 지나고 보니 특별히 싸게 산 것 같지도, 더 나은 품질의 시공을 받은 것 같지도 않았던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분들은

과연 공동구매가 잘하는 업체를 뽑아 놓은 게 확실한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글쎄요다.


공동구매가 처음 생겨난 시점에만 해도 자신 있게

"그럼요. 공동구매업체는 예비입주자 대표진들이 내세운 까다로운 심사조건들에 부합하는 책임감 있고, 시공능력 또한 뛰어난 업체들입니다. 안심하시고 계약하시면 돼요."

라고 얘기했을 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부터도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업체의 질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


업체 선정이 주관하는 하나의 업체나 기획사 대표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개인적인 영업이 통했던 업체들은 품질이 좋고 나쁘고와 상관없이, 가격이 적정 가격이냐를 떠나 무조건 참가할수 있는 프리패스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개업한 지 3년 이상, 공동구매 현장 경험 3회 이상의 업체 선정은 이제 무의미해진 기준이 되었다.

예전 업체 선정 단계에서부터 입주자 대표진들과 주관사가 머리를 맞대 적정업체를 뽑는 단계가 생략된 것이다.

이미 잡아놓은 현장에 내 마음대로 업체들을 넣을 수 있으니 어떤 업체 사장님은 갑자기 품목을 늘려 타업체를 섭외하고 예약받은 개수만큼 20%의 커미션을 받아내는 경우도 있다.

기존에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업체들은 공동구매 참가비 이외에, 20%의 커미션을 더 지불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공동구매에 참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규업체에서는 어차피 예약도 얼마 되지 않으니 무리해서라도 참가해보려 한다.

공동구매 경력은 고사하고 생겨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 업체가 과연 잘하는 업체겠는가!

실제로 어떤 현장에서는 고객이 공동구매에 참여한 한 커튼 업체에 "시중가보다 더 비싼 거 같은데 원래 이렇게 비싼 거냐 왜 이렇게 가격차이가 많이 나냐"라고 물었을 때 고객과의 응대에 익숙지 않은 사장이 자신도 이렇게 비싼 참가비에 커미션까지 줘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해서 한바탕 소동이 난 경우가 있었다.


입주자 대표진 입장에서는 개별업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

제안서만을 토대로 업체를 선별하기에는 제안서 자체 양식이 거의 비슷해서 우열을 가리리가 힘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업체를 뽑아서 추후에 문제가 될 소지를 만들 필요 또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업체들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주관하는 업체의 의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혹시 문제가 될 시에는 주관사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정황들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기획사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입주자 대표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최고의 팀을 모아 최고의 박람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최고의 팀을 모을 수 있을까.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어차피 내 맘대로 팀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커미션을 목적으로 한 이런 신규업체들을 넣어놓게 되면 그 업체에게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또, 많은 업체가 참여하면 할수록 참가비를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기획팀들은 무리하게 여기저기서 업체 끌어들이기에 급급한 실정이 되어버렸다.

그마저도 참가하는 업체들이 같은 지역 업체가 아닌 경우가 너무 많다.

기획팀은 전국을 돌면서 모든 아파트를 영업하는데 이때 이 기획팀들과 함께 움직이는 팀들이 있다.

대구에서 들어서는 아파트 박람회에 전국에서 온 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별 문제가 없으면 상관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A/S가 발생되면 차일피일 미루며 A/S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된다.

그마저도 뒤늦게라도 사후처리가 잘 이루어지면 양반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연락을 아예 안 받는 업체들도 많다.

타 지역의 업체라 하더라도 기획팀들과 계속해서 전국의 공동구매 현장을 돌면서 일을 하고 있는 업체면 다음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전에 했던 현장들에 대한 책임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현장에 참가했다가 참가비만 날리고 시공은 제대로 따내지도 못한 업체 입장에서는 다시는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일부러 A/S를 해주지 않는 업체도 있다.

물론 그 업체 사장님의 책임감 문제일 수도 있지만 무분별하게 업체를 선정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기획팀들의 영업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공동구매 업체들이 가격과 시공기술면에서 시중의 다른 업체보다 더 좋은 선택지일 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장담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몇 달 후에 사라질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믿고 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공동구매든 아니든 업체 선정에 있어서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할 부분은 우리 지역업체인가 아닌가이다. 예전부터 공동구매 현장 경험이 많은 업체들도 여전히 공동구매 박람회에 참가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서의 공동구매 경력도 따져보고, 가격비교와 시공 서비스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것이다.

사장님의 고객응대가 친절하고 모든 질문에 망설임 없이 잘 얘기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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