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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Dec 26. 2022

5-?=?

다시 병원으로

 병원에 도착하니 의료진들이 이미 대기를 마친 뒤였다. 삼 년 여의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그 당시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제일 먼저 한 치료는 가위로 옷의 부분을   자른 것 같다.  그리곤 장갑을 벗겼는지 어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당시 내가 꼈던 장갑은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매개체가 되었다. 어쩌면 사고 나던 순간이 그야말로 찰나였고 사고당시의 일들이 세세하게 기억되지 않았던 것이 조금이나마 고통 속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락을 받은 남편이 도착했다. 조금 다쳤다고 알고 왔으나 결코 조금이 아니었고 놀라고 당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고란 게 이런가 보다. 나는 멀쩡하다고 장담했는데 드문드문 기억이 나질  않았다. 사고경위를 묻는 누군가에게 대답을 해줬고 남편은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는 듯했다. 응급 수술을  하기 위해 마취를 했다.  평상시엔 끔찍이도 두려워하고 싫어하던 마취였는데 그날은 마취약이

내 몸속으로 들어오던 느낌마저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과 한기에 정신줄을 놓을 지경에 이르는 와중에도 남편이 신경 쓰였다. 늘 돈 많이 못 벌어주는 못난 남편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사람인데 이번일로 얼마나 자책을 할지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마누라 자식 맛난 거 먹이고 싶지 않은 남편이 어디에 있으랴.  다만 이 모든 것들이 뜻대로 되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잠시뒤 남편이 돌아왔다. 그리곤 병원을 옮겨야 한다고 했다. 최대한 손을 살려야 하는데 이 병원에선 손목 아래로는 살릴 수가 없다고 했단다. 그래서 산재 담당업무를 맡아하는 시동생에게 물어보니 대구에 산재전문병원이 있으니 그리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고 남편은 빠른 결정을 내렸다. 결정이 내려지고 다시 앰뷸런스에 몸을 실었다.


 대구에 있는 산재전문병원에 도착했다.

그곳은 병원이라기보다 시장에 가까울 것 같았다.

 접수처가 있는 1층은 물론이고 2~4층에 있는 진료실까지 어딜 봐도 사람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게다가 산재전문병원이라는 특성상 응급 수술도 많은 것 같았다.  나 역시 응급수술을 진행해야 했지만 대기환자들도 많았고 이미 마취를 한 상태였기에 시간차를 두고 마취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는 끊어지는가 하면 다시 이어졌고 시장을 방불케 하는 병원 실내의 소란스러움에  짜증까지 몰려들고 있었다.


 응급실인지 아니면 다른 진료실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다시 마취를 했고 그 뒤에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오빠, 여동생, 막냇동생이 눈물을 흘리며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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