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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미 일어난 일

이미 일어난 일은 인정을 해야 합니다.

이것만 아니었어도 저것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주어진 조건을 부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사고가 났으면 '사고가 안 났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하면 괴롭습니다.

그래도 '안 죽고 살아있는 게 다행이다'이렇게 생각해야 행복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처지가 한스럽고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나서 자기 상황이 더 나빠집니다.

자꾸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만하면 다행이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 상황에 유리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륜스님-

 나의 상황을 제대로 보고 나니 마음은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앞으로의 치료를 진행해야 하니 힘을 내야 한다는 건 머릿속 일이고

치료가 무슨 의미가 있나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는데 하는 좌절과 공허함은 마음속 일이었다.

 그즈음 여동생이 한 권의 책을 사들고 왔다.

'마음을 비우면 얻어지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이런 상황에 책이 읽힐까 잠시 머뭇거리도 했지만 어차피 병원생활이라는 게 시간을 때워야 하는 일이기도 해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니 점점 책의 내용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하는 문장을 발견했는데 그 문장은 바로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다'라는 문장이었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다고 그럼 내가 이런 사고를 당한 것도 이유가 있단  말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알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악착같이 살아야 했다. 사람이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이유를 찾고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핑계가 생각난다고 한다.

 우선 불행한 와중에도 다행인 것들을 찾아봤다.

제일 다행인 것은 사고시점이다. 사고일 며칠 뒤엔 남편의 해외여행 일정이 잡혀있었는데 다행히도?

그전에 사고가 일어나서 그 힘든 시간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불운을 피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다행은 다친 손이 오른손이 아니라는 것.

세 번째 다행은 남편의 현명한 대처로 손상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 그렇게 다행 찾기를 하다 보니 운이 나쁜 건만은 아닌 듯했고 무엇보다 가장 큰 다행은 사고 당사자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었다. 감히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 쳐지는 일이지만 내 아이들이나 남편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불행 중에도 다행을 찾으며

슬픈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다행은 불행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아줄이며 행복이라는 길로  안내해 주는 등불과도 같은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불행과 행복 사이에 다행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