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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다반사 Mar 19. 2019

벚꽃잎의 단팥빵

소설 "사랑은 항상 어느샌가 시작되어 어느샌가 끝난다"

소설 『사랑은 항상 어느샌가 시작되어 어느샌가 끝난다』

③ 벚꽃잎의 단팥빵



여성 재즈 싱어 블로섬 디어리(Blossom Dearie)가 33세 즈음에 녹음한 매우 귀여운 앨범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세계 곳곳의 귀여움을 모은 듯한 외모의 블로섬이 ‘It Might As Well Be Spring’ 이라는 곡을 노래하고 있다. ‘이런 진정되지 않는 마음은 봄과 같은 기분’이라는 가사대로 노래가 흐르는 내내 마음이 봄과 같은 기분으로 지배되어져 버린다. 



4월의 마지막 날. 그 날은 가게 문을 열어둔채로도 괜찮을 정도의 따뜻한 밤이었다. 블로섬이 노래하는 ‘It Might As Well Be Spring’을 틀고서 병을 닦고 있으니 단골인 남성이 들어왔다. 


니시야마 씨라는 35세의 독신으로 프리랜서 문필가인 그가 우리 가게를 취재하기 위한 찾아온 것을 계기로 한 달에 한 번쯤은 찾아오는 사이가 되었다. 가운데 가르마를 가른 귀에 걸칠 정도 길이의 헤어스타일로 감색 자켓에 하얀 셔츠와 짙은 남색 청바지, 컨버스 신발을 항상 신고 있다. 


니시야마 씨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한 후 항상 향하는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어떤 술로 드릴까요?”라고 물으니 니시야마 씨는 이렇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실은 이번에 브랜디 광고 기사를 쓰게 되어서 마스터에게 배우고 싶어서요. 브랜디는 대략 어떤거에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이네요. 브랜디는 과일의 증류주를 말해요. 예를들면 포도를 술로 만들면 와인이 되잖아요. 그걸 냄비에 넣고 끓이면 알코올이 날아갑니다. 그 날아간 알코올을 모아서 식힌 것인 증류주, 브랜디에요. 코냑 지방에서 만들어진 브랜디라면 헤네시와 까뮤가 유명합니다. 물론 포도 이외의 과일 브랜디도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코냑은 알고 있으니 다른 과일 브랜디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칼바도스라는 사과 브랜디 같은건 어떠세요?”

“사과 브랜디인가요? 어떻게 마시는걸 추천해주시겠어요?”

“브랜디는 그대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칼바도스는 탄산수로 희석해서 드셔도 맛있어요”


“그럼, 그걸로 부탁드릴께요. 그런데 마스터, 지금 나오고 있는거 블로섬 디어리죠?”

“잘 아시네요”

“예전에 제가 살았던 이노카시라센(井の頭線)의 에이후쿠쵸(永福町) 역 앞에 블로섬이라는 이름의 빵집이 있었어요. 그 가게가 이름대로 블로섬 디어리만 틀어서요”

“우와, 재미있네요. 어떤 가게인가요?”


“바게트와 빵오쇼콜라와 단팥빵만 구워내는 조금은 특색있는 빵집이었어요. 바게트는 겉은 입 안 윗쪽이 살짝 상처가 날 정도로 딱딱하고 안은 부드럽고 촉촉했어요. 빵오쇼콜라는 에쉬레 버터와 발로나 초콜렛이 듬뿍 들어서 크기는 작아도 들면 묵직했어요. 날이 추울 때는 벌꿀이 듬뿍 들어간 핫 럼(Hot Rum)과 곁들이면 꿈결같이 맛있어요. 단팥빵은 토카치(十勝)산 단팥이 꽉 차있어서 봄이 되면 단팥빵의 움푹 패인 부분에 벚꽃잎이 들어간 타입도 등장했어요.

당시에 같이 살았던 여자 친구가 그 벚꽃잎이 붙은 단팥빵의 엄청난 팬으로 매년 봄이 가까워지면 '블로섬의 단팥빵, 벚꽃으로 되었을까?'라며 확인하기 위해 매일같이 늘 다녔어요”


“벚꽃잎 단팥빵인가요? 하지만 그 세 종류만 있다는건 과감하네요. 작은 가게였나요?”

“작았어요. 8평 정도일까요? 가게 안쪽에 50대 중반 정도의 신경질적인 남성이 묵묵히 빵을 굽고 있고, 계산대쪽에 30세 전후의 항상 외로워보이는 눈을 하고 있는 여성이 서있었어요.

계산대 뒤에는 갈색 레코드 선반과 작은 턴테이블이 있어서 그 여성이 항상 정성스레 레코드를 틀고 있고 그 레코드가 전부 블로섬 디어리였어요.

여자 친구가 '저 두 사람 부부일까?'라고 가끔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서 제가 '다음에 물어보면 되잖아'라고 부추기면 '그렇긴하지만, 그게 아닐 경우를 생각하면 왠지 물어볼 수가 없어서'라고 중얼거렸어요”


“물어보고는 싶지만 거기까지 사생활에 다가가도 될지에 대한 거리감 문제네요”

“그게 딱 한 번 이노카시라 공원의 동물원에서 블로섬의 두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두 사람 가운데에는 5세 정도의 남자 아이가 있어서 셋이 손을 잡고 웃으면서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여자 친구가 '아!'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그리고 둘이서 끄떡이게 되었습니다.”


“자녀분도 있으셨나보네요”

“네. 그게 이유인지, 그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여자 친구가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항상 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해서요. 저는 프리랜서 일이라서 아직은 안정되지 않아서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책으로 만들어져서 잘 팔리면 결혼할꺼니깐' 라고 말하면 '벌써 그 이야기를 들은지 2년이 되어가는데' 라며 여자 친구가 토라져서 싸움이 되었어요. 저는 여자 친구를 심하게 상처주는 말을 해버려서 그날 밤에 여자 친구는 집을 나가게 되었어요.

그 후도 몇 번이나 연락은 했지만 여자 친구로부터의 답은 없었고, 일주일 후에 여자 친구의 친구가 짐을 가지러와서 '전할 말을 받아왔어요. 메일 주소도 전화번호도 바꿨다고 합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내용이에요.'라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여자 친구와는 끝나게 되었어요.

저도 잊어버리기 위해 바로 토요코센(東横線) 주변으로 이사를 해버렸어요. 그게 3년 전의 일이에요.”


“그랬어요?”

“그 후로는 저도 일만 열심이었고 겨우 바라던 책도 낼 수 있었어요. 책에 대한 내용을 옛 여자 친구에게도 전하고 싶은데 뭔가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페이스북에서 찾아보니 옛 여자 친구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찾을 수 없었던 이유는 그 친구가 결혼을 해서 성이 바뀌었어요. 막 태어난 아기도 있는 듯 했어요”

“페이스북에서 그런 형태로의 재회도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친구 등록은 하지 않았고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왠지모르게 그 시절의 일이 그리워져서 오랜만에 이노카시라센을 타고 에이후쿠쵸 역까지 가봤습니다. 역은 저희들이 살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져버려서 단지 3년 뿐이었는데 엄청나게 시간이 흐른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빵집 블로섬이 떠올라서 가게가 있던 곳까지 서둘러서 갔습니다. 마침 지금이라면 벚꽃잎 단팥빵을 팔고 있을 시기라고 떠올랐어요. 그 벚꽃잎 단팥빵을 사자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3년이고 에이후쿠쵸 역 앞도 꽤 변해서 '어? 블로섬이 어디였을까'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아, 하며 생각이 드니 블로섬이 있던 장소는 셔터가 내려가 있었고 “블로섬 폐점했습니다”라는 작은 안내문이 붙어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그 작은 안내문의 사진을 찍어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페이스북에 [추억의 블로섬이 폐점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어요.

그런 것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블로섬 폐점 사진에 댓글이 달렸어요”


“어떤 댓글이었나요?”

“아기와 함께 있는 아이콘의 옛 여자 친구가 [아쉽네! 벚꽃잎 단팥빵을 이제는 먹을 수가 없구나]라고 남겨줬습니다. 

니시야마 씨는 탄산수로 희석한 칼바도스를 다 마신 후 “같은거로 한 잔 더 주세요”라고 말했다. 


배경에는 조용히 블로섬 디어리가 “It Might As Well Be Spring” 을 노래하고 있었다.



하야시 신지 (林伸次)
1969년 도쿠시마현 출생. 와세다(早稲田) 대학교 제2문학부를 중퇴 후 RECOfan(중고 레코드점), Bacana & Sabbath Tokyo(브라질리언 레스토랑), FAIRGROUND(Bar)에서의 근무. 1997년 시부야에 bar bossa를 오픈했고, 2001년에는 온라인에 BOSSA RECORDS를 오픈. 선곡 CD, CD 라이너 노트 집필 다수. 일본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cakes에서 연재 중인 에세이 '와인글라스의 건너편(ワイングラスのむこう側)'의 큰 인기로 바 마스터와 작가를 겸업. 첫 소설 '사랑은 항상 어느샌가 시작되어 어느샌가 끝난다.(恋はいつもなにげなく始まってなにげなく終わる。)'가 화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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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보러 가기



 '사랑은 항상 어느샌가 시작되어 어느샌가 끝나다.(恋はいつもなにげなく始まってなにげなく終わる。)'

https://www.amazon.co.jp/dp/4344033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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