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다반사 Sep 30. 2019

자신을 못 생겼다고 말하는 여성의 사랑

소설 "사랑은 항상 어느샌가 시작되어 어느샌가 끝난다"

소설 『사랑은 항상 어느샌가 시작되어 어느샌가 끝난다』

④ 자신을 못 생겼다고 말하는 여성의 사랑


오늘 밤은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의 ‘I’ll Never Fall In Love Again’을 틀기로 했다. 제목대로 사랑에 실패한 여성의 기분을 노래하는 곡으로 노래 분위기는 매우 밝고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쓸쓸함이 걸린다. 아마도 눈물을 흘리면서 함께 노래하는 여자들이 세상에는 몇 십만 명이나 있어서 그런 그들의 기분이 이 노래에 스며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의 ‘I’ll Never Fall In Love Again’


9월, 낮에는 아직 덥지만 밤이 찾아오면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시부야 거리를 지나간다. 가게 앞에 간판을 내놓고 조명을 켜고 보니 근처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모모코 씨가 이쪽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모모코 씨는 나이는 25세쯤 일 것 같고, 키는 150을 조금 넘었을 정도일까? 개성적인 안경에 모자를 쓰고, 앞머리는 눈썹 위로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다. 언제나 웃는 얼굴이 멋져서 미소 띤 얼굴을 칭찬하면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여버리고는 한다.


모모코 씨는 카운터 한 가운데에 앉은 후 “모히토를 주세요”라며 주문을 했다. 

“아직은 날씨가 더워서 모히토가 마시고 싶어요.”라며 모모코 씨는 말했다. “저는 술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아무거나 괜찮은데요 모히토는 산뜻한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왠지 무심결에 주문하게 되어버려요. 그런데 모히토는 어떤 술이에요?”


“모히토는 쿠바의 칵테일이에요. 민트, 럼, 설탕, 화이트럼을 클럽 소다로 희석시킨 술입니다. 헤밍웨이가 좋아한다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나왔다, 헤밍웨이. 저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노인과 바다’ 외에 다른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어요.”

“저는 직업상 헤밍웨이 작품 중에서 술이 쓰이는 방식을 즐기기 위해 읽고 있어요. 이 등장인물에게는 이런 술을 마시게 한다거나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와인을 딴다는 것과 같은 참고가 되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마시는 술을 확인하는 것 재미있나요?”

“꽤 재미있어요. 매일 저는 손님들께 술을 드리고 있는데요, '이 분은 이런 복장에 이런 머리 모양으로 이러한 말투로 이런 술을 주문하는구나' 라고 매일같이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사람들을 관찰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나 보네요.”

“손님들의 복장과 말투로 먼저 손님들의 취향을 판단해둔다는 감각일까요?”

“저도 관찰을 해요.”


나는 텀블러에 민트와 수수설탕을 넣고, 라임을 짠 후에 바 스푼으로 민트를 다졌다. 하바나 클럽을 따르고 얼음을 넣은 후 윌키슨 소다를 채웠다. 가볍게 섞은 후에 모모코 씨 앞에 내어드리니 모모코 씨는 모히토를 입에 댄 후 “맛있네요!”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한 배우와 긴 시간 인터뷰를 했었어요. 그 사람은 꽤 예뻤는데요 저는 꽤 못 생겼잖아요. 뭔가 마음을 열게 해줬는데 고등학생 시절의 실패한 사랑 이야기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해줬어요."

“모모코 씨는 못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마스터, 무리하게 배려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렸을 적 어머니가 ‘얘는 핑크와 스커트가 어울리지 않으니깐’하고 말한 것을 듣고서 어딘지 모르게 인식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건 여자답지 않다거나 약간 소년 같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었죠. 그런데 초등학생일 때 남자한테 못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 버렸어요.


“뭐 초등학생 남자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깐요.”


“아니요. 한 두명이 아니었어요. 결정적이었던 것은 학급 위원인 여자 아이가 아침 조회때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만두도록 해요’라며 남자 아이들에게 주의를 줬어요. 그 말은 저를 못 생겼다고 그 여자 아이도 인정했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 나는 정말 못 생겼구나' 라며 자각하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미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넷 기사와 잡지 특집은 많이 있잖아요. 전통적인 미인이라던가 섹시 스타일의 미인이라던가 미인에 대해서는 정말 다들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못 생긴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우선은 없어요. 못 생긴 사람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을텐데 ‘못 생긴 사람은 못 생긴 사람, 이상’ 이에요.


저는 못 생긴 사람에 대해서 철저하게 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전 다양한 못 생긴 사람들을 관찰했어요. 마스터는 관심 없으실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못 생긴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못 생긴 사람, 공부만 하는 못 생긴 사람, 자의식이 강한 못 생긴 사람, 여자를 버린 못 생긴 사람, 혼혈인데도 못 생긴 사람, 가슴골을 강조하거나 하는 에로틱한 못 생긴 사람, 아무튼 다양한 스타일의 못 생긴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누구도 그러한 못 생긴 사람들에 대한 차이 같은 것을 신경 쓰지 않아요. ‘못 생긴 사람은 못 생긴 사람, 이상 끝!’ 이에요. 


저는 ‘밝은 분위기의 못 생긴 사람’이 되기로 정했습니다. 웃으셔도 상관없어요. 저 애는 못 생겼지만 함께 있으면 즐겁다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못 생긴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모색했습니다. 노래방에서 막춤을 춰서 웃음을 주는 역할, 술 마시는 자리에서 ‘못 생긴 사람은 얘기도 하지 말라는 거죠?!’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망가져서 웃음을 주는 역할이요.


머리를 짧게 잘라서 여성스러움을 내지 않는다. 눈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조금은 특이한 안경을 써서 못 생겼다는 것을 얼버무린다. 모자도 가끔은 귀여운 것을 쓴다. 항상 청결하며 활기찬 분위기를 낸다, 처럼 아무튼 밝은 분위기의 못 생긴 사람을 스스로 만들어냈어요.

남자 친구들과 예쁜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요. 저, 정말 열심이 만들어 갔어요.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그만두도록 해요’ 같은 이야기를 했던 학급 위원 여자 아이보다도 훨씬 즐거운 인생을 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셨군요?”

“그걸로 끝이라고 해두면 좋았을 것을 분위기에 휩쓸려서 아주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평범한 연애’라는 것을 하고 싶어졌죠. 

저란 사람도 발렌타인데이와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것은 알아요. 제가 그런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관심이 있는 듯한 기색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역시 마음이 아파져요. 못 생긴 사람이 진심을 담은 듯한 고급 초콜릿을 주거나, 남자와 조명이 켜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러 가거나 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게 잘못된 길의 시작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제가 재미있다고는 생각해주지만 연애 대상으로는 봐주지 않아요.”


“누군가와 사랑을 하셨나요?”

“다나카 씨라는 동료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만화와 음악에 대한 취미가 너무 잘 맞았어요. 직장에서도 ‘너희 둘은 남매냐?’ 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맞았습니다. 회사 근처에 있는 규동집에 점심밥을 같이 먹으러 자주 가고, 연락도 가끔은 주고 받았어요. 저에게는 이렇게 한 사람의 남자와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 처음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다나카 씨에게 ‘좋아해요’라고 말하기도 결심했습니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아마도 평생 남자에게 고백 같은 건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찌 되든 ‘좋아한다’고 말해보자, 그러고나서 안된다면 더 이상 평생 사랑 같은건 하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연애와 데이트 같은 것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불러내면 좋을지 몰라서 다나카 씨에게 ‘수고하셨어요. 술 한 잔 하러 같이 가실래요?!’ 라며 낮에 연락을 보냈더니 ‘OK에요!’ 라는 답이 왔습니다.


다나카 씨는 절대로 세련된 가게 같은 곳은 모르는 타입이라 제가 여자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할 때 갔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멋대로 예약해뒀어요. 이른바 평범한 직장 여성들이 할 듯한 데이트를 한 번이라도 좋으니 해보고 싶었습니다.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다나카 씨가 보자마자 ‘오늘도 고생 했네! 잘 알고 있는 시부야의 소스 두 번 바르는 것 금지인 술집 괜찮아?’라고 이야기해서 ‘괜찮아요’라고 말해버렸어요. 

둘이서 하이볼로 건배를 하고 있을 때에 다나카 씨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다나카 씨는 ‘음, 전에 말했던 모모코가 있으니 여기로 와’ 라고 말하더라고요. 10분 후, 다나카 씨의 친구인 히구치 군이 찾아와서 다들 ‘반갑습니다. 건배~!’ 이런 분위기가 되어버렸죠.


저는 항상 그랬듯이 못 생기고 재미있는 여자로 두 사람을 웃겼지만 오늘은 다나카 씨에게 고백해야지 해야지 하고 계속 생각하면서 두 사람 앞에서 언제나처럼 밝은 분위기의 못 생긴 사람의 캐릭터를 의식하면서 이렇게 말해봤습니다. 


"저, 여기에서 고백할래요! 다나카 씨를 많이 좋아해요!"

그랬더니 다나카 씨도 히구치 군도 엄청나게 웃어댔습니다. 이런 못 생긴 여자가 설마 진심으로 고백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았을거에요. 


여기에서 괜히 진지해졌다가는 두 사람도 분위기가 어색해지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고백 끝! 다나카 씨 반응 없음! 나, 차였어요. 오늘은 마시자!"


다시 한 번 건배하려고 했었지만 다나카 씨는 전혀 웃지도 않았고, 히구치 군도 굳어있었습니다. 히구치 군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모모코, 다나카를 좋아한다는거 진심이지? 뭔가 술 기운에 농담처럼 얘기했나 싶어서 좀 전에는 웃어서 미안해. 다나카, 지금은 여자 친구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어. 다나카가 자주 모모코에 대한 얘기도 하니깐 모모코에 대해서 꽤 마음에 두고 있을거야. 난 지금 들어갈꺼니깐 다시 한 번 다나카에게 고백해보면 어때?"


다나카 씨와 둘만 있게 되었을 때,

"다나카 씨, 이런 못 생긴 제가 분위기에 휩쓸려서 취한 기운에 이야기해서 미안해요. 아까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다시 마실래요?"

"모모코 씨는 아까 이야기 술기운에 말한거였어요? 난 무지 기뻤는데"


그렇게 저는 다나카 씨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이상 못 생긴 저의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해피 엔드, 해피 엔드!”


모모코 씨에게 모히토를 한 잔 더 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뭐에요. 고백, 성공하신거잖아요. 다음에는 다나카 씨와 꼭 함께 오세요.”

“음, 제 남자 친구는 바 같은 장소는 긴장하는 타입이라서요.”

“어? 지금 남자 친구라고 하셨잖아요. 행복해보이시네요.”


모모코 씨는 조금 눈시울을 붉히며 모히토를 입에 대었다. 

바에서는 버트 바카락의 ‘I’ll Never Fall In Love Again’이 흐르고 있었다. 



하야시 신지 (林伸次)
1969년 도쿠시마현 출생. 와세다(早稲田) 대학교 제2문학부를 중퇴 후 RECOfan(중고 레코드점), Bacana & Sabbath Tokyo(브라질리언 레스토랑), FAIRGROUND(Bar)에서의 근무. 1997년 시부야에 bar bossa를 오픈했고, 2001년에는 온라인에 BOSSA RECORDS를 오픈. 선곡 CD, CD 라이너 노트 집필 다수. 일본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cakes에서 연재 중인 에세이 '와인글라스의 건너편(ワイングラスのむこう側)'의 큰 인기로 바 마스터와 작가를 겸업. 첫 소설 '사랑은 항상 어느샌가 시작되어 어느샌가 끝난다.(恋はいつもなにげなく始まってなにげなく終わる。)'가 화제 중.



'사랑은 항상 어느샌가 시작되어 어느샌가 끝나다.(恋はいつもなにげなく始まってなにげなく終わる。)'

https://www.amazon.co.jp/dp/4344033183


한국어 번역 

1편 - 연애에는 사계절이 있다


2편 - 나를 달에 데려가 주세요


3편 - 벚꽃잎의 단팥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